지자체 관행 뛰어넘는 인사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공직사회의 변화 바람인가, 단체장의 자의적 권한 행사인가. 지자체에서 관행을 뛰어넘는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투표로 승진자를 뽑는가 하면 인사를 잘하는 직원들을 우대하겠다는 약속까지 나오고 있다.

공직자 내부에선 "신선한 충격" 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공직사회를 멍들게 할 것" 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광주시 남구는 지난 11일 동료들의 투표로 6급 승진자 2명을 선정했다. 6, 7급 직원 2백14명에게 승진 대상자 8명(남자 6명, 여자 2명)의 인사기록 카드를 공개한 뒤 투표로 가장 많이 득표한 남.녀 1명씩을 승진자로 결정한 것이다.

정동년(鄭東年)구청장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동료 평가제를 도입했다" 며 "앞으로도 승진 인사 때 동료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의 평가를 반영하겠다" 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는 민원인에게 새해 인사를 잘 하는 직원을 뽑아 인사에 반영키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군산시는 시민과 시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와 동료 공무원들의 평가를 종합해 이달 말쯤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김길준(金吉俊)시장은 "새해 인사를 잘하는 직원은 친절행정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 고 말했다.

전주시는 지난달 말 서기관급(4급) 인사를 한뒤 한나절만에 번복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오전에 Y씨를 체육관리사무소장에 발령하고, A씨를 문화영상산업국장에 유임시켰다가 오후에 맞바꾸는 인사를 다시 했다.

구청장으로 나가거나 다른 부서의 국장을 기대했던 A씨가 인사문제로 시장에게 따진뒤 번복됐다는 것. 또 Y씨의 경우 사무소장을 1~2년 한뒤 국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통상적인 예이나 이같이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이와 관련 전북도청 공무원들은 "인사는 명백한 원칙과 기준 아래 이뤄져야 한다" 며 "민선 단체장들이 공무원 사회에 자극과 활기를 준다는 명분으로 자의적 인사를 남발해 공무원 사회를 지탱하는 직업 관료제의 뿌리가 흔들릴까 우려된다" 고 입을 모았다.

장대석.천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