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픽션' 나카노 감독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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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17세기 일본 에도(江戶)시대 사무라이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사무라이 픽션' 의 국내 개봉(2월예정)을 앞두고 나카노 히로유키(中野裕之)감독(41.사진)이 11일 내한했다.

이 영화는 나카노 감독의 데뷔작. 10여년간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온 그는 스스로 '펑키 구로자와' 라고 부를 정도로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사무라이 픽션' 은 구로자와 영화처럼 화면이 역동적이고 장중하면서도 만화적인 요소와 록음악을 도입,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영화는 지난 98년 부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국내상영이 가능해 졌다.

- 뮤직 비디오 제작에 익숙해져 있을 텐데 영화 연출에 어려움은 없었나.

▶음악을 보며 영상을 만든다는 점과 스토리를 따라 영상을 끌어 낸다는 점에서 다를 뿐 본질적으로 두 매체에 현격한 차이는 없다. 그다지 힘든 점은 없었다.

- 따로 영화 공부를 한 적이 있나.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보면서 자랐다. 일본 영화 뿐 아니라 독일.프랑스 영화등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면서 보았다. 영화학교나 시네클럽에서 활동한 적은 없다. 대학(와세다대학 상대)에서는 4년간 기타만 쳤다. 일본 영화로는 구로자와의 '요짐보' '7인의 사무라이' 등을 좋아하고 최근 영화로는 코엔형제 작품을 선호한다.'허드서커 대리인' '파고' 등은 유머스러운 요소와 유려한 영상이 잘 조화된 영화다.

- 영화에 만화적 요소가 많은데 만화를 즐겨 보는 편인가.

▶12살 때까지만 보고 안 봤다. 내 영화에 만화적인 요소가 많은 것은 뭔가 색다르게 영화를 만들려다 보니 취하게 된 것일 뿐이다. 심각하고 리얼리즘적인 영화들은 다른 감독들이 더 잘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상하고 웃기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구' 대신 '변화구' 를 택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두 번째 작품을 하면서 영화가 너무 코믹하게 흐르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약화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 중이다.

- 일본의 젊은 감독들과 다른 점은.

▶나는 영화감독이 아니라 영상작가로서 찍는다.'찍고 싶다는 컨셉이 있으면 테마는 변하지 않는다. 30초짜리냐, 3시간짜리가 되느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정하고 그 둘을 구성해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보고 느낀 것, '찍고 싶은 것을 담는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담기 위해 스토리를 택하는 편이다. '사무라이 픽션' 의 경우 우리가 잃어버린 정신적인 세계를 담고 싶었다. 일본에서는 유교적인 것과 불교적인 신앙이 사라져 정신적으로 공백이 생겼다. 내가 '피스델릭' (peacedelic)이라고 부르는 것, 즉 자연을 중시하는 마음,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사람을 이 영화에서 그리고 싶었다. 살생을 반대하는 생명의 소중함 말이다. '사무라이 픽션' 은 제작비 2억엔(약20억원)을 구하지 못해 친지들을 통해서 조달한 뒤 제작됐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독일.홍콩.핀란드.미국 등에 팔렸지만 아직 '본전' 을 못건졌단다. 일본에서는 재일교포 이봉우( '시네콰논' )씨가 배급을 맡아 약 10만명이 보았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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