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이창호에 Y2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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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신중하기로 소문난 이창호9단이 프로에겐 사활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귀곡사' 를 착각하여 불과 93수만에 돌을 던졌다.

10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기성전 도전3번기 첫판에서 벌어진 일. 상대는 이9단에게 16전16패를 당해온 최규병9단이라 더욱 묘하게 됐다.

이9단은 이로서 3연패의 부진에 빠졌는데 그것도 모두 중요대국이라 한국기원에선 "슈퍼 컴퓨터 이창호가 Y2K를 일으켰다. " 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9단은 지난 연말 춘란배에서 마샤오춘(馬曉春)9단에게 패배하고 연초 루이나이웨이9단에게 져 국수전 도전권을 잃었다.

문제의 장면을 보자. 팽팽한 형세에서 흑을 쥔 최9단이 1로 치중하여 잡으러 왔을 때 그냥 4로 두면 최소한 패가 보장된다.

이9단은 그러나 백2와 흑3을 교환한 뒤 3을 두었는데 이것이 대착각이다. 귀는 흑5에 잇는 것으로 그냥 잡혀버린 것이다. 이9단은 여기서 깨끗이 돌을 던졌는데 백A에는 흑B, 백C엔 흑D로 응수하여 귀곡사로 사망하게 된다.

최9단은 프로생활 이후 이9단에게 16연패를 당한 끝에 이번에 귀중한 첫승을 올렸으며 한판만 더 이기면 생애 첫 타이틀을 따게 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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