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빗나간 병역가산점 보완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민회의와 국방부.보훈처가 그제 당정협의에서 제대군인에 대한 공무원채용시험 가산점 제도를 '국가봉사경력 가점제' 로 바꿔 존속시키기로 한 것은 방향을 잘못 짚은 시책이다.

이 제도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정부.여당이 앞장서 거스르면서 '총선용' 인기영합 냄새마저 풍기는 대책을 내놓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신성한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누구도 손해를 보아서는 안된다.

군제대자에게는 경력인정과 호봉 등에서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하고 나아가 이를 민간기업에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여성.장애인 등 엉뚱한 피해자를 낳는 가산점 제도는 위헌결정까지 나온 이상 폐지하는 것이 옳고 대신 다른 보완책을 찾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국방부가 검토 중인 임용 후 우대 확대 방안이나 제대군인 우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군내 직업훈련 강화, 복학생 학비지원 등 합리적인 대책들이 얼마든지 있다.

당정이 내놓은 보완책은 제대군인 가산점제 논란을 남녀 성(性)대결로만 파악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품게 한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일정기간 봉사한 여성에게 제대군인과 마찬가지로 가산점을 준다면 원천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일반 남성.여성 사이에 끼여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가산점제 남용은 공개경쟁시험이라는 고시제도의 근간을 흔들 우려도 있다.

그 많은 여성들이 나서서 봉사활동을 할 시설.기관 등 제도적 장치나 사회적 여건 마련 없이 봉사가산점으로 남녀평등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면 눈가리고 아웅식이다.

봉사경력 여성에게도 임용 후 군제대 남성과 마찬가지로 호봉.경력을 우대해야 하는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당정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대안이 이 정도여서는 안된다.

헌재결정까지 무시하면서 야릇한 논리로 남성인기에만 영합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없다.

신중한 대책마련이 있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