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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은 무조건 옳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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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천성산 공사중단에 반대하는 열린 사이버대학 최현일 교수의 의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첫째, 환경을 보전했을 때 지속적으로 얻게 되는 경제적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 고속철도를 건설해 놓기만 하면 천성산의 생태계가 파괴되더라도, 국민의 편리한 생활이 보장되리라고 속단하고 있지만 생태계의 자정작용.환경 조정작용이 제 기능을 상실한다면, 생태계 한 구성원에 불과한 인간에게 쾌적한 생활이 보장될 리 만무하다. 환경은 인간이 일방적으로 죽이거나 살릴 수 있는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살아야 할 동반자다.

둘째, 국책사업은 무조건 옳다는 맹신에 빠져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식량자원과 농업용수 확보, 그리고 지역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출발했다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굳이 새만금 갯벌을 메워야만 했는가. 그 막대한 세금으로 휴경농지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강수량 이용률을 제고하는 일에 매진할 수는 없었는가.

국책사업을 가로막는 여론과 시민단체 때문에 세금이 낭비되는 면도 분명 있겠지만, 애당초 이상적이지도 않은 사업안을 국책사업이란 명분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셋째, 국책사업 결정과정에서부터 여론과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는가. 새만금 간척사업이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사업이라면, 좀더 신중하고 유연한 태도로 지역주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했는데도, 정부는 고작 몇백만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보상금을 던져주고, 어민들을 새만금 갯벌에서 몰아내기에 급급했다. 어업활동 몇 개월이면 벌 수 있는 돈으로 어민의 평생 일자리를 빼앗아버린 것이다.

넷째,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 대가가 클지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가던 길을 되돌릴 줄 알아야 한다. 새만금 공사가 끝나가는 시점이니까, 마저 끝내버리자는 식의 논리는 현 세대만 잘 살면 끝이냐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자연환경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로부터 잠시 빌려온 것이다. 환경을 파괴하는 잘못을 저질렀으면, 최대한 복구해 되돌려주는 것이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수행돼 온 국책사업들은 합리성과 타당성을 등에 업고 착수될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체 누구를 위한 합리성이며 누구를 위한 타당성인지를.

이진국 서울대 경제학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