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산세 인하 경쟁 문제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재산세를 낮추는 기초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를 필두로 13개 기초자치단체가 재산세를 인하했으며, 이미 부과된 재산세를 되돌려주는 곳도 적지 않다. 모두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기초자치단체들이다.

이 같은 재산세 인하 바람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초자치단체들은 재산세 인하의 명분으로 재산세의 급격한 인상, 다른 지역과의 상대적 형평성 등을 내세운다. 강남구가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재산세를 가장 먼저 내리자, 다른 지역에서는 값비싼 주택이 많은 강남구와의 형평성 등을 내세워 재산세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지역주민들 입장만 생각하고 국가 전체적인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무시한 지방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지역 이기주의적 행태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광역자치단체들의 무책임한 일처리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재산세 파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산세 인상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은 10여년 전부터 있었던 현상이다. 그런데도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는 부동산세제의 방향이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는 명분만 내세우며 급격한 세금인상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나 관련 법규의 보완 등을 소홀히 했다. 이 때문에 기초자치단체들이 지방자치법상의 권한에 따라 재산세를 인하해도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이제 재산세가 지방세라는 원론적 개념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부동산 세제의 방향을 계속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로 유지하려면 재산세를 국세나 적어도 광역자치단체의 세목으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세계 모든 국가에서 재산세는 자치구 세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산세가 부동산 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지역 이기주의에 휘말리는 지방 정치인들에게 재산세의 결정 권한을 계속 맡겨 두는 것은 보유세 강화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