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 교수 '동양학 열풍'…철학계 반응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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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강의실력을 한꺼번에 갖춘 김용옥은 대중이 사상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 "진짜 알맹이는 적고 조미료를 너무 많이 탄 것 아닌가. 학문적이기보다 상식적인 내용을 장황하게 풀어 놓을 뿐이다. "

최근 출판과 방송에서 '동양학'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54). 그가 펴낸 '노자와 21세기' 는 교보문고.영풍문고 등 대형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툰다.

또 김교수가 특유의 달변과 예리한 시각으로 진행하고 있는 TV프로그램도 중년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인기와는 달리 보수적 색채가 강한 철학계의 김용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동양철학의 대중화' 란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칫 대중에게 그릇된 동양철학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도올의 시각이나 방법론, 학문적 깊이를 의심하는 것이다.

울산대 철학과 박태원 교수는 김용옥의 동양학 강의에 후한 점수를 준다.

"김용옥 교수가 어느 정도의 학문적 깊이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강의가 우리 문화에 주고 있는 신선한 충격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

특히 동양학을 널리 알리는 그의 활동은 지금 절정에 달해있다. "

고려대 임홍빈(철학)교수 역시 "김용옥 교수는 철학을 알기 쉽게 풀이해 오락의 성격으로 바꿔놓고 있다. 학문 전수방식으로는 기존의 관행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이 탓에 보수적 시각으로 보면 위험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차피 일반인과 접촉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상사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사건으로 봐야할 것"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찮다.

건국대 철학과 성태용 교수는 "동양학의 재미라는 것도 깊이에서 우러나와야 하지 않는가" 하고 반문한다.

成교수는 "김용옥 교수의 여러 가지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면서도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동양학이 아니라 상식 수준의 이야기일 뿐" 이라고 비판한다.

"일반인들이 그의 강의를 듣고 자칫 상식 수준의 이야기들을 노자철학의 전부인 것처럼 왜곡되게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 는게 그의 우려다.

철학계의 일부 교수들은 더 비판적이다.

김용옥 교수에 대한 사회의 반응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견해까지 있다.

이들은 "속 알맹이가 없는 내용이 이토록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현상은 사회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고 꼬집고 "동양학의 특성상 왜곡돼 전달되면 오히려 그 역효과가 클 것" 이라고 진단한다.

녹화현장 방청방법을 문의하는 전화가 신문사로 줄을 잇는데다 책의 판매 곡선이 수그러지지 않고 있는 점을 보면 대중들 사이에서 김용옥 교수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에 대한 평가와 이에 따른 논란은 앞으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저서 '노자와 21세기' 는…

도올 김용옥의 저서 '노자와 21세기 상.하' (통나무.각 권 6천5백원)는 EBS 특강용 교재로 TV시청자를 위해 쉽게 쓰여진 노자 분석서다.

저자는 우선 '21세기의 3대 과제' 에 대해 논한 후 노자의 '도덕경' 원문을 싣고 그에 대한 풀이와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도덕경을 해설하는 각 장마다 일상적인 예로부터 출발해 논의를 발전시켜 나간 것이 특징.

표와 사진을 곳곳에 배치해 고전 읽기의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편집 역시 일반인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도록 여유있게 글을 배치했다.

그러나 TV 강의록으로 만들어진 만큼 '도덕경' 이 함축하고 있는 심오한 존재론적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기에는 미흡한 감이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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