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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사고 美서 보상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재택(在宅)근무자의 근로환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재택근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고용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행정지침을 제시했다가 기업들이 반발하자 이를 철회했다.

이를 계기로 재택근로의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본다.

◇ 발단〓지난해 11월 15일 미국 텍사스주의 한 신용서비스회사 경영인이 영업직 간부들을 재택근무자로 전환하면서 미 노동부에 이들의 처우 등에 대해 자문했다.

노동부는 관례대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재택근무자들의 안전과 건강도 고용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는 답변을 보냈다.

그러나 이 메시지가 미국의 각 언론에 보도되면서 기업들 사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파문이 커지자 5일 알렉시스 허먼 미 노동장관이 직접 나서 앞서의 입장을 철회했다.

◇ 실태〓현재 미국내 상시 재택근무자는 1천9백60만명. 직장근무를 겸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수천만명에 이른다.

게다가 확산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실례로 AT&T사는 지난 1992년 재택근무를 도입해 현재 전체직원의 55%(약 3만6천명)가 재택근무 중이다.

최근 시카고의 한 컨설팅회사가 전문가 2백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가 재택근무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유럽에서도 재택근무자가 독일 2백13만명, 영국 2백3만명, 네덜란드 1백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됐다.

◇ 문제점〓재택근무가 늘고 있지만 아무런 안전기준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재택근무자들이 사무도구로 사용하는 컴퓨터는 장시간 사용자들의 시력을 저하시키고, 두통을 유발하는 VDT증후군 등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장시간 키보드를 두드릴 경우 손목 관절통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그러나 현재의 해석대로라면 일하는 장소가 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가 없다.

◇ 대책〓미 연방정부 총무처(GSA)에선 재택근무자들에게 가정의 사무환경에 대한 몇가지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총무처는 우선 ▶온도.소음.환기.조도(照度) 등을 작업기준에 맞추고▶4계단 이상 되는 층계마다 손잡이대를 설치하며▶바닥은 항상 마르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아울러 아래 위로 조절 가능한 컴퓨터 의자를 사용하고 외부의 강렬한 빛이 PC모니터 화면에 반사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권하고 있다.

미 노동장관의 신속한 입장 철회로 사태는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했으나 이는 새로운 시작의 계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 미 노동계의 중론이다.

허먼 장관은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재택근무자가 정부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보호조치가 무엇이냐 하는 중요한 문제가 제기됐다" 며 "특별 연구팀 구성을 위해 노사지도자회의를 개최하겠다" 고 말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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