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인근지역 침체 벗고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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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민통선 접경지역 부동산이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북간 경제교류 확대 분위기, 휴전선 부근의 종합개발을 위한 법안 마련, 철도 및 도로 확충계획 등에 따라 투자환경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 지역 투자를 위한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관련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땅값 등을 묻는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

◇ 투자환경 변화〓지난달 16일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접경지역 지원법안' 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시행령 제정을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등 접경지역에 대한 개발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강원도 철원의 경우 신탄리와 월정을 잇는 16㎞의 경원선 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게다가 건교부가 지난달 중앙고속도로를 춘천에서 철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포함한 '춘천~철원 도로망 종합기본조사' 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여서 도로 사정도 크게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경기도가 국방부와 협의해 도내의 군사보호구역 1천5백여만평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도 접경지역 투자분위기 조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가격 및 거래동향〓접경지역 땅들은 90년대 들어 평화도시 조성, 금강산철도 복원 등의 개발 논의가 나올 때마다 값이 올랐으나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저축하는 셈치고 묻어두겠다' 는 장기 투자자들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현지 주민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말했다.

현재 파주시 진동.군내면 등은 서울 시청에서 용인.양평 정도의 거리(55㎞)인데도 농지값은 평당 3만~10만원에 불과하다.

또 서울에서 오산.이천과 비슷한 거리인 연천군 백학.군남면 일대 농지는 평당 1만~3만원, 준농림지는 평당 4만~8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파주시 조리면 봉일천 박사공인중개사무소 김영봉 사장은 "아직은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가격도 보합세지만 최근 문의가 늘면서 땅주인들이 값을 올려 부르는 일이 생기고 있다" 고 말했다.

경원선 연장으로 새 역사가 들어설 예정인 철원군 김화읍 유곡리 일대 땅의 경우 평당 4만~8만원으로 98년보다 2배 정도 올랐다.

철원역사 주변인 동송읍 외촌리 일대도 값이 뛰어 평당 5만~10만원의 시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인접한 사요.관우.내포리 일대는 이보다 30~40% 싼 평당 3만5천~4만5천원을 주면 살 수 있다.

태인컨설팅 경기북부지사 이용우 이사는 "양구.인제.고성군 등 동부 산악지대보다 개발여지가 많은 서부 전선인 파주.연천 일대 접경지역을 눈여겨봐야 한다" 며 "접경지역 지원법안 시행령이 구체화되면 땅값이 크게 뛸 공산이 크다" 고 말했다.

◇ 주의할 점〓민통선내 땅의 경우 소유주가 불분명한 점을 악용, 서류를 위조해 거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토지 사기에 유의해야 한다.

또 민통선 안 출입이 쉽지 않아 답사가 어렵지만 가급적 현장확인을 해야 한다. 지역 이장이나 주민들의 협조와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 답사할 수 있다. 최소한 해당 지역 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해 보는 게 좋다.

건국컨설팅 유종율 사장은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접경지역 땅을 헐값에 사들인 뒤 되팔아 폭리를 취하는 이른바 기획 부동산 브로커들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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