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감정의 골이 깊었다. 돈 관계로 티격태격하면서 서로의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까지 해 왔기 때문이다. 사건을 맡은 조홍준 상임조정위원도 이를 알고 있었다. 양쪽의 의견을 들은 조 위원은 “싸움의 승부를 내는 것보다 정작 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하자”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감정이 사그라져야 조정이 성립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C씨가 고양이 17마리를 키운 것을 사회 통념상 정상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고, 집주인이 방 수리비를 과도하게 계산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합의했고 서로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C씨는 보증금 2800여만원을 돌려받고 방에서 떠났다.
조 위원은 “재판에서 이기면 모든 갈등이 끝난다는 선입견이 사라져야 조정이 활성화되고 성립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노형 교수는 “조정은 사회구성원 간 대립을 완화할 뿐 아니라 판결이 꼭 필요한 사건에 판사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한다”며 “당사자 입장에서도 몇 년씩 걸릴 수 있는 사건을 몇 달 안에 끝낼 수 있어 생업에 지장을 적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