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프런트] 고양이 17마리 키운 세입자 - 주인 다퉜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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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의 한 주택에 세 들어 살던 C씨. 그는 방 안에서 고양이 17마리를 키웠다. 고양이 울음소리와 배설물 냄새가 하루 종일 진동했다. 참다 못한 집주인은 C씨에게 방을 빼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C씨는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않았다”며 집주인에게 보상금을 청구했다. 반면 집주인은 “고양이 배설물 때문에 방 곳곳을 수리해야 한다”며 오히려 처음 낸 3000만원보다 낮은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맞섰다. 결국 둘의 분쟁은 서울법원조정센터로 갔다.

처음엔 감정의 골이 깊었다. 돈 관계로 티격태격하면서 서로의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까지 해 왔기 때문이다. 사건을 맡은 조홍준 상임조정위원도 이를 알고 있었다. 양쪽의 의견을 들은 조 위원은 “싸움의 승부를 내는 것보다 정작 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하자”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감정이 사그라져야 조정이 성립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C씨가 고양이 17마리를 키운 것을 사회 통념상 정상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고, 집주인이 방 수리비를 과도하게 계산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합의했고 서로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C씨는 보증금 2800여만원을 돌려받고 방에서 떠났다.

조 위원은 “재판에서 이기면 모든 갈등이 끝난다는 선입견이 사라져야 조정이 활성화되고 성립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노형 교수는 “조정은 사회구성원 간 대립을 완화할 뿐 아니라 판결이 꼭 필요한 사건에 판사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한다”며 “당사자 입장에서도 몇 년씩 걸릴 수 있는 사건을 몇 달 안에 끝낼 수 있어 생업에 지장을 적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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