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사기' 대책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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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팔고사는 전자상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소비자를 울리는 신종 인터넷 사기가 벌써부터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앙일보 어제 날짜 기획취재팀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홈페이지를 만들어 있지도 않은 상품을 그럴싸하게 광고한 뒤 고객들로부터 물건값을 송금받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물건값 수금에 주로 가명통장을 이용해 금융실명제의 허점도 아울러 드러내고 있다.

급속히 붐이 일고 있는 새로운 거래형태면서도 아직 일반의 인식이나 관련제도가 걸음마 단계라는 허점을 노려 생겨난 신종범죄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수사당국에 호소를 해도 '뭘 이런 것을 갖고 왔느냐' 는 식의 반응을 보일 정도로 수사기관마저 인식이 안돼 있다니 딱하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E-비즈니스는 미래의 물결이다.

'앞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은 인터넷에 달려 있다' 고 할 정도로 인터넷거래는 핵심적인 성장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인터넷 쇼핑시장 규모는 올해 3천8백억원, 내년에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집이나 사무실에 앉아서도 24시간 쇼핑이 가능하고, 중간상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로 가격 또한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날로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쇼핑만이 E-비즈니스의 전부는 아니다.

기업경영과 생산 및 물류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E혁명' 이 도처에서 진행 중이다.

고객의 의견에 따라 주문-생산-배달이 거의 동시적으로 이뤄지고, 각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가격과 품질 인도조건 등이 한눈에 비교가 가능해 몇 초만 느려도 소비자는 떠나가게 돼있다.

이런 '얼굴 없는 거래' 에 목숨처럼 중요한 것이 신용이다.

전자거래 주도국인 미국도 최근 '인터넷 사기범들과의 전쟁' 을 선포한 터다.

사기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물론 소비자들부터 조심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는 기존시장 거래와는 개념부터가 전혀 달라 그 특성에 맞는 제도적 장치와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 등 관련법이 제정되긴 했지만 기본원칙만 세워졌을 뿐 세부사항은 여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소비자 보호방안도 방문판매나 할부거래에 관한 기존 법률을 준용하게 돼있어 '얼굴 없는' 사이버 거래에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상거래의 정착을 위해 관련법령 및 제도의 보완.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와 함께 전문지식을 갖춘 변호사.회계사 등으로 '사이버 경찰' 을 조직해 철저한 단속과 엄중한 처벌을 병행하고, 피해신고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환불과 보상을 유도하는 구제시스템도 강구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사이버 공간은 규제와 단속이 어렵다.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늘어나는 피해 때문에 전자상거래 자체가 위축된다면 이는 개개 소비자의 피해차원을 넘어 '인터넷 한국' 의 장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임을 당국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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