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패션 브랜드 춘추전국 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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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회복 바람을 타고 패션업계에 벌써부터 봄내음이 물씬하다. 외환위기 이후 제일 먼저 브랜드 정리부터 나섰던 패션업체들이 너나없이 새로운 브랜드를 들고 다시 2000년 봄.여름 시즌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

내년 초 쏟아져 나올 패션 브랜드 수는 총 90여개 이상. 이는 경제난 이전의 한 시즌 평균치인 1백여개에 육박하는 수치다. 여성복.남성복.스포츠 브랜드가 각각 15~20개씩으로 신브랜드 출시 바람은 옷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실제 패션업체들은 최근 2년간 할인행사.소량생산으로 악성 재고를 모두 떨어뜨린데다 올 하반기부터 의류 매출이 급증한 데 크게 고무받았다.

롯데백화점 숙녀복 매입부 박승준 과장은 "올 하반기에는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의류 매출세가 좋았다" 며 "이에 따라 중견 여성복 업체들 대부분이 신브랜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패션협회 주상호 부장은 "부실 업체와 브랜드들이 모두 정리된 상태에서 패션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싸움을 전개하는 양상" 이라고 말했다. 98년 패션시장은 총 25조9천5백억원 규모였으나 올해는 17% 이상 신장해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어떤 브랜드가 나오나〓가장 격전지로 예상되는 분야는 역시 중.고가 숙녀복 분야. '플랫폼 프레드(나산)' '더나인(대하)' '지고트(바바패션)' '시세도(시세도)' '구호(F&F)' '다(다)' '데어 프라우(쁘렝땅)' '엔쓰(클라라)' 등이 모두 준비를 마쳤다.

지난 15일 플랫폼 프레드 런칭 패션쇼를 가졌던 나산 홍보실 박상윤씨는 "프라다.샤넬 등 명품들이 국내 소비자 눈을 높여놨다" 며 "새로 나오는 중.고가 여성복들은 공통적으로 명품 분위기를 내고 있고 가격도 훨씬 비싸졌다" 고 말한다.

플랫폼 프레드도 기존 조이너스.꼼빠니아보다 높은 정장 한 벌에 40만~50만원대의 값이다. 또 대표적 중저가 업체였던 센서스는 자회사 시세도를 설립하고 '시세도' 브랜드를 새로 내면서 가격대를 70만원대로 높였다.

남성복 중에서는 '타임' 으로 유명한 여성복업체 한섬이 남성복 '타임' 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또 제일모직은 벤처기업 사원 등 보다 캐주얼한 복장을 하는 직장 남성들을 대상으로 '엔트로 갤럭시' 판매에 나선다.

◇ 전망〓패션업체들은 대리점을 통한 대규모 물량 전개보다는 롯데.현대.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을 통한 소규모 유통전개에 나서려 하고 있다. 소비계층의 양극화로 '로드숍' 매출은 백화점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백화점 봄 매장 개편을 앞두고 벌써부터 물밑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이성희 차장은 "백화점 내 매출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해당 브랜드는 바로 도태될 것" 이라고 말했다.

2000년 상반기에는 고급 소비자층을 둔 브랜드간 한판승이 불가피하고 상당수 브랜드는 단명(短命)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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