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복무가 불이익 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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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헌법재판소가 그제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응시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현행제도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복무 기간에 따라 과목별로 만점의 3~5%를 얹어주는 제대군인지원법 관련 조항이 여성이나 장애인의 평등권.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여성계가 즉각 환영하고 나선 반면 군필자를 중심으로 반발도 거세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우리는 지난 61년부터 40년 가까이 적용돼 온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여성.장애인 등 군입대 면제자에게 엉뚱한 피해를 줘왔다는 점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에 수긍한다.

가산점 제도는 병역의무를 마친 제대군인의 사회 복귀를 돕는 한편 모든 국민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국방의무를 이행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또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는 헌법조항 정신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수점 이하 점수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는 '불이익 보전' 을 넘어 '차별적 특혜' 구실을 한다는 시비가 그치지 않았다.

여성.장애인의 사회 진출이 늘고 또 권장되는 최근 추세와 어긋난다는 주장도 많았다.

실제로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채용시험에서 가산점 제도 때문에 낙방한 여성수험생의 항의가 잇따르자 지난 10월 공채부터는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성차별 금지 조항과 상충된다' 는 이유로 이 제도의 적용을 중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군복무로 인한 불이익은 없어야 한다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마저 무시당해선 안된다고 본다.

군복무로 특혜를 받아서도 안되지만 군복무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도 채용시험과 채용 후의 경력인정.호봉책정 등 공무원.공기업을 중심으로 제대군인이 군경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온 세가지 분야 중 합리성.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채용분야에만 제동을 걸고 있다.

채용분야라 해도 군복무를 마친 입장에서는 '군복무 때문에 공부시간.응시기회에서 받은 불이익은 어디서 보상받느냐' 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최근 나라를 시끄럽게 한 병무비리 사건에서 보듯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군대를 빠지면 평생 이익이 되는 잘못된 사회풍토를 고쳐야 한다.

병역의무 이행은 명예로워야 한다.

그로 인해 혜택을 입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불이익의 계기가 돼선 안된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시행 중인 군복무 보상조치들은 유지돼야 마땅하고 사기업에까지 확대, 권장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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