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이렇습니다] 1·2순위 미달 단지에 3·4순위 왜 몰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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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최근 1, 2순위 청약접수에서 대거 미달된 단지들이 3순위 청약과 선착순 접수(이른바 4순위)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말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나온 한양수자인은 2순위까지 분양 물량의 80% 정도가 미달됐지만 3순위 접수에서 대부분 마감됐다. 앞서 인천 영종경제자유구역에서 나와 순위 내에서 대거 미달됐던 동시분양 물량(5개 단지 7440가구)은 4순위에서 모집 가구 수를 채웠다.

3순위나 4순위는 청약통장 없이도 신청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실수요보다는 투자 수요가 많다. 청약이나 접수 조건은 비슷한데 어떤 단지는 3순위에, 어떤 단지는 4순위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뭘까. 주택업계는 그 답을 해당 단지의 투자 가치에서 찾는다. 내외주건 정연식 이사는 “지금 당장은 가격 경쟁력 등이 떨어져 청약통장을 쓰기는 아깝지만, 개발 재료가 많아 보유하고 있으면 돈이 될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3순위에 접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정부가 연초 청약시장 활성화를 위해 민영주택에 한해 2011년까지 ‘재당첨 금지’를 배제키로 한 뒤 나타나기 시작했다. 청약통장을 아낄 수 있고, 당첨되더라도 다른 민영아파트에도 청약할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4순위까지 기다리지 않고 3순위에 청약하는 것이다. 과거 4순위에 몰렸던 투자 수요가 3순위로 올라온 셈이다.

3순위 청약자가 많아지면서 4순위는 층·향·동이 좋은 일부 로열층만 노린 단기 투자자들이 몰리는 편이다. 또 업체들이 시선 끌기를 위해 전략적으로 4순위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건설사 임원은 “로열층에 당첨되면 웃돈을 붙여 팔아 넘기려는 떴다방(이동식 무허가 중개업자)이 이름만 빌려 무더기로 신청하거나 업체들이 바람몰이를 위해 직원 명의로 접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금자리주택이 나오면서 3순위 대신 4순위를 선택하는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당첨 금지 조항 배제는 민영주택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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