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양념삼아 꿈을 요리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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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의 알람이 따르릉 울리자 달콤한 냄새가 카페 안에 퍼진다.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 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일명 하자센터) 1층 입구의 카페 ‘그래서’는 매일 오후 3~4시 향긋한 커피향에 쿠키·빵의 달달하고 구수한 맛이 더해진다. 하자센터 내 사회적 기업‘오가니제이션 요리’가 즉석에서 만드는 간식, 일명 출출메뉴가 나오는 시간이다.

다국적 맛이 있는 ‘오가니제이션 요리’

날마다 새로운 출출메뉴 담당은 러시아 출신 이주여성 알로냐(30)다. 때때로 그녀가 러시아 음식을 만들어 파는 날에는 센터내 사람들이 몰려들어 음식이 금세 동나기 일쑤다. 빵 반죽 안에 살구·자두·딸기잼 등을 넣고 말아서 구운 손가락 모양의 파이 담스키에발츠키는 손꼽히는 인기 디저트.장미꽃을 닮은 로자 쿠키 주문도 그치질 않는다.

‘그래서’는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운영하는 카페다. 이곳에 합류한 지 8개월 정도 됐다는 알로냐는 “매점이 없는 하자센터에서 청소년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제안하고자 했다”며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러시아 음식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하나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2007년 시작된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지난해 10월 정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 ‘오가니제이션 요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32명. 청소년·여성·결혼이주여성들이 함께 케이터링·카페·급식·쿠킹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과 여성을 중심으로 창업한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지난해 외국인 여성들이 참가해 자국의 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메뉴의 경쟁력을 높였다. 2008년 9월 급식식당 ‘하모니’에 입사하면서 처음으로‘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식구가 된 마리아(42)는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그는 모국에서 자라는 빤단이라는 식물로 색과 향을 내고 팜슈가와 코코넛 슬라이스로 속을 채운 달콤한 맛으로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별미가 된 다다르굴릉을 제안했다. 마리아와 알로냐 외에 베트남·필리핀·일본에서 온 5명의 여성들도 우리 입맛에 맞는 자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올 7월 하얏트호텔 출신의 요리사 박성배씨가 총괄셰프로 참여하면서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한 단계 도약했다. 박 셰프는 새로운 메뉴에 대한 평가,직원들의 요리 실력 향상, 푸드 스타일링 교육도 책임지고 있다.

‘요리+사람+문화’의 레스토랑, 오요리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즐거움을 요리하는,그리고 꿈을 요리하는 일터를 추구한다. 개개인이 다국적요리사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직원교육에 중점을 둔다.

한영미 공동대표는 “요리는 비전공자들도 열의를 갖고 도전한다면 전문적으로 해낼 수 있는 장르”라며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창의성을 담는 종합예술이기도 하다”고 요리를 주제로 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 이유를 설명했다.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홍대 앞에 아시안 퓨전 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레스토랑 ‘오요리’를 오픈하는 것. 10일 오픈 예정인 ‘오요리’는 ‘요리·사람·문화’가 함께 하는 공간이다. 단순히 다른 나라의 새로운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레스토랑에 그치지 않고 즐거운 일터, 다른 문화를 전하는 나눔방으로 꾸려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식문화 요리교실, 술문화 및 차문화 교실 등을 열 계획이다. 음식도 ‘오요리’만의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 대표는 “올해 레스토랑 오픈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청소년이 주축이 되는 청년 레스토랑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인도네시아 디저트 다다르굴릉은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자신 있게 선보이는 다문화 요리다. 앞에서부터 토이(29·베트남), 이민경(20), 조세파(40·필리핀), 마리아(42인도네시아).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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