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농구] 서장훈 "이명훈 안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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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인 북한 이명훈(2m35㎝)과 국내 프로농구 최고 센터 서장훈(SK.2m7㎝)의 기량차는 얼마나 될까.

골밑 싸움에서 28㎝의 신장 차이는 '다윗과 골리앗' 으로 비유될 정도지만 섣불리 서장훈의 완패를 점치기는 어렵다. 신장을 제외한 부문에서 서장훈의 기량이 이명훈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서장훈은 플레이 반경.기동력.유연성.슛거리.슛의 정확성 등에서 이명훈을 앞선다.

이명훈은 80년대 초까지 활약했던 무티에추(중국.2m35㎝)나 오카야마(일본.2m23㎝)류의 '점보 센터' 에 속한다. 당시 한국은 임정명.신선우.이문규 등 1m90㎝ 안팎의 센터들이 이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이명훈의 테크닉은 단순하다. 공격은 골밑슛에 의존하며 점프를 않고 손이 닿는 범위 내에서 리바운드를 잡는다.

97년 대만 존스컵대회에서 전희철(동양.1m98㎝)과의 몸싸움에 밀려 코트에 나뒹굴 만큼 파워가 부족하고 기동력이 떨어진다.

프로농구 경기 방식대로 맞붙는다면 이명훈은 서장훈을 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는 기동력을 살려 이명훈을 이리저리 끌고다니다 긴 슛거리를 활용해 손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다.

이명훈은 부정수비 규정 때문에 무작정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기다릴 수도 없다. 수비에서도 서장훈은 그동안 외국인 센터들을 상대하며 익힌 노하우를 활용, 몸싸움으로 이명훈을 골밑에서 밀어낸 뒤 동료와의 협력수비를 통해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마추어 룰을 적용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서장훈은 특히 공격에서 상대팀의 지역.협력수비에 시달려 충분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서장훈은 왕즈츠(중국.2m14㎝).야마사키(일본.2m16㎝) 등 아시아 정상급 센터들과 맞붙어 최소한 1대1에서는 져본 일이 없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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