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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수는 같은데 "속은 확 다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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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달 말께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분양하는 대림산업은 백화점식 평면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놨다. 이 단지는 31개동에 2368가구의 대단지인데 평형은 단순화하고 평면의 다양화를 꾀한 게 특징이다. 27~52평형 5개 평형에 평면 형태는 무려 14개로 늘렸다.

대림산업은 수원과 오산의 아파트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저마다 다른 구조의 아파트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모를 모시는 3세대 가족은 30평형대라도 방 4개짜리를 원했으며 핵가족의 수요자의 경우 방 개수를 줄이더라도 방과 거실의 크기를 키워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이 회사가 전략 평형으로 내놓은 33평형의 경우 ▶전면 3베이(아파트 앞 발코니 쪽의 구획을 방+거실+방으로 나눈 형태)의 기본형▶3면 개방형▶코너 거실형▶주방 남향배치형▶침실 4개형 등으로 구성했다. 이 회사 박정일 부장은 "기본평면만 내놓으면 거의 외면하는 게 요즘의 소비자 성향"이라며 "경품이나 가격 보전 등으로 소비자를 끌기보다는 상품의 다양화로 구미를 맞추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식 평면은 요즘 주택업계의 화두다. '평형은 단순하게, 평면은 다양하게'제시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청약 열기가 확 식고 실수요자 시장이 자리 잡으면서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진다.

지난 7월 서울 6차 동시분양 때 양천구 신월동에서 선보인 동구햇살아파트 155가구는 모두 31평형이다. 그러면서도 평면은 10가지나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시했다. 동구종합건설 김기엽 팀장은 "미분양 시대를 극복하고 상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조를 내놔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는 상품을 고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노년층은 3베이의 일반구조를 선호하고 젊은 수요층은 4베이의 일자형 평면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 7월 분양된 동탄신도시 시범단지에서 두드러졌다. 금강스위첸, 한화꿈에그린, 다숲.캐슬아파트는 32~33 단일 평형이면서도 각 3가지 평면을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혔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이달 중 선보일 장한평 월드메르디앙도 123가구를 모두 33평형으로 내놓는 대신 평면은 3가지를 선보인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에서 선보인 동부센트레빌도 680가구를 34평형 단일평형으로 내놓으면서 5가지 평면을 제시했다. 평면마다 방이나 거실의 크기, 주방의 위치 등을 달리 설계해 저마다 다른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다.

주택주거문화연구소 김승배 소장은 "해당 지역의 소비자 특성을 조사해 전략평형을 한 두 개만 내놓고 대신 평면은 많이 만들어 실수요자를 끌어들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른 평형과 함께 분양하더라도 대부분 30평형대를 전략 평형으로 정한다. 30평형대에 실수요자가 가장 많다는 뜻이다. 지난 7월 서울 상도동에서 나온 갑을명가아파트(123가구)의 경우 31평형은 5개, 32평형은 3개 평면으로 다양화했다. 서울 쌍문동에서 선보일 이수 브라운스톤(155가구)도 32평형을 3개 평면으로 내놨다. A타입은 안방과 거실을 크게 설계해 핵가족 수요를 끌어들이고 B타입은 거실과 주방을 일자로 배치함으로써 개방감을 확보하고 C타입은 3베이로 설계하면서 주방을 거실 옆 전면(前面)으로 끌어내 신세대 취향에 맞췄다.

지난 5월 현대건설이 서울 삼선동에 분양했던 홈타운아파트 32평형은 거실과 방의 크기가 제각각 다른 3가지 평면으로 제시됐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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