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충돌테스트 '눈가림'…에어백 단 차만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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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건설교통부가 구매자에게 차량안전에 대한 판단정보를 주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국산 소형자동차 신차충돌 평가시험을 실시하면서 현실을 무시한 채 판매량의 2%밖에 안되는 운전석.조수석에 모두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을 대상으로 해 국민의 안전을 외면한 '눈속이기' 란 비난과 함께 '업체 봐주기' 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건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현대 아반떼.기아 세피아Ⅱ.대우 누비라Ⅱ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차 충돌시험에서 운전석.조수석에 에어백이 모두 달린 차량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차 평가시험은 자동차의 안전성을 공개 시험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자국 기준에 맞는 충돌시험을 해 공개하고 있다.

건교부가 채택한 신차 충돌시험은 미국 기준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시속 35마일(시속 56㎞)로 고정벽에 정면 충돌시켜 ▶문의 열림 여부▶화재발생 여부▶연료누출 정도▶운전자.조수석 탑승자의 상해 정도를 측정한다.

따라서 조수석까지 에어백을 달고 테스트할 경우 에어백이 없을 때보다 상해치가 월등히 적게 나타나 그만큼 안전한 차량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아반떼의 경우 지난해 판매된 차량 3만6천1백57대 중 운전석.조수석에 에어백이 모두 장착된 차량은 3백87대(운전석만 설치 6백37대)로 전체의 1%에 불과했다.

또 세피아는 1만1천7백14대 중 3백32대가 장착돼 3%였고 누비라는 2만8천4백46대 중 3백12대로 1.2%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건교부의 이번 평가는 국민안전보다 국내 자동차사들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미국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다 보니 더블 에어백 차량을 대상으로 했다" 며 "앞으로 중.대형차까지 확대하면서 국내 현실에 맞게 수정하겠다" 고 해명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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