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사령탑 충주고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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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외교통상부에 충주고 시대가 열렸다' .

20일 외교부 인사에서 충주고(충북)출신인 반기문(潘基文)주오스트리아 대사가 내정됨으로써 고교 8년 선배인 홍순영(洪淳瑛)장관과 함께 장.차관이 충주고 출신으로 채워졌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潘신임차관은 김영삼(金泳三)정권 시절 청와대 의전수석과 외교안보수석을 거치는 등 '능력이 두드러진다' 는 게 외교부 내의 대체적 인물평이다.

호남 출신인 외시 동기(3회) 최성홍(崔成泓)주영국 대사와 차관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고교후배를 차관에 앉힐 때의 부담 탓에 潘대사가 내정될 것으로 생각지 않았다" 며 "능력.팀워크를 중시하는 洪장관의 인사스타일이 실감나게 드러나는 부분" 이라고 지적했다.

미.일.중.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强)과 유엔을 합친 빅5 대사 내정자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최상룡(崔相龍.국제정치학)고려대교수가 도쿄(東京)를 맡기로 한 것.

일본 전문가인 崔교수는 지난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화해와 협력의 대일외교의 틀을 짤 때 막후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유일한 여성 공관장인 이인호(李仁浩)주러시아 대사는 이번에 돌아온다.

이인호 대사는 내년초 개각때 입각설과 함께 정치권 진입설이 나돌고 있다.

특임공관장의 정년 시비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이홍구(李洪九)주미대사가 워싱턴에 눌러 앉은 것을 두고 의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외교부에 있다.

한나라당이 국정감사에서 나이를 끈질기게 문제삼은 데다, 국제통화기금(IMF)위기극복 후 물러나겠다던 이홍구 대사의 약속 탓에 퇴임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청와대쪽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내년 11월)까지는 가야 하는 것 아니냐. 야당 공세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는 주문 등으로 유임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미대사를 원했던 선준영(宣晙英)차관은 유엔대사로 낙착됐다.

洪장관은 '4강 대사를 정치인이 맡는 게 낫다' 는 국민회의쪽의 기대 대신 '커리어(전문외교관 출신)우선' 으로 인선안을 짠 것으로 드러났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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