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이탈리아 '피자전쟁'…EU '환경파괴 나무연료 쓰지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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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럽연합(EU)과 이탈리아 사이에 한판 전쟁이 발발했다.

이른바 '피자 전쟁' 이다.

선전포고를 한 것은 EU. 최근 장작을 때 피자를 굽는 전통 오븐의 사용 금지를 추진하며 이탈리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를 가스나 전기를 사용하는 현대식 오븐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업소의 위생상태 강화와 환경파괴 방지를 위해서다.

새로운 EU지침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전역이 들고 일어났다.

신문과 TV방송 등 언론은 물론 각 정파의 정치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EU지침에 반대하는 목청을 돋웠다.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나무로 불을 때는 오븐의 사용 금지는 피자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 이라고 1면에 대서특필했다.

나폴리 피자 제조업자협회의 세르조 피추 회장도 "흙 화덕과 나무 연료 없는 피자는 상상할 수도 없다" 고 반격했다.

이탈리아가 반발하는 이유는 피자가 국가대표격 음식인데다 국민생활의 일부분이기도 하기 때문. 이탈리아에는 약 3만5천개의 피자 음식점이 있으며 매일 7백만개 이상의 피자가 소비되고 있다.

피자를 구울 때 연료는 꼭 나무여야 하며, 그 중에서도 너도밤나무가 가장 좋다는 것은 이탈리아인이면 어린이도 알고 있는 기본상식이라고 dpa통신은 전했다.

섭씨 4백50도로 가열된 흙 화덕이 중앙부분은 부드럽고 가장자리는 바싹 구어진 피자 특유의 맛을 살리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된다는 것. 가스오븐 등을 사용할 경우 가열 온도가 3백~3백50도에 불과해 피자가 훨씬 딱딱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장작 오븐이 사라지면 미국 등의 패스트푸드점과 피자의 맛 차이가 사라져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도 반발의 주 요인이다.

EU의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EU가 강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이탈리아 역시 조금도 물러설 태세가 아니어서 피자 전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훈범 기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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