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교 "변신만이 살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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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의 실업계 고교 신입생 지원상황을 보면 미달사태를 빚은 학교는 대부분 전통을 고수한 곳들이다.

반면 지원이 몰린 학교는 멀티미디어과(科) 등 신세대가 선호하는 과를 신설하고 남녀공학화를 하는 등 '신무기' 로 재무장한 학교였다.

부산 선화여상의 경우 6백명 모집에 무려 3천6백10명이 지원했다.

학교 자체가 신세대 입맛에 맞게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부산컴퓨터과학고로 바뀌면서 멀티미디어.인터넷.애니메이션.컴퓨터 그래픽.컴퓨터 실용음악과 등 5개 학과가 개설된다.

신현영(申鉉永.58)부교장은 "고교.대학에서 7년 정도 배우면 해당 분야의 최고전문가가 될 것" 이라고 장담했다.

그동안 정원을 채우기 힘들었던 부산 문현여상(교장 趙漢奎)은 내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고 이름도 부성정보고로 바꾼다.

학과도 사이버정보통신.시각디자인 등 정보화시대에 맞게 개편한다.

지난 여름방학 때는 중학교 교사 1백40명을 초청, 컴퓨터연수를 해줬다.

정보화 학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였다. 변신 전략은 적중했다.

입시마감(13일)을 4일 앞둔 지난 9일 이미 정원(4백80명)을 넘어섰다.

학교측은 그후 지원하는 학생들을 "다른 학교에 지원하라" 고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내년부터 유성생명과학고로 바뀌는 대전 유성농고도 마찬가지. 4백명 모집에 4백12명이 지원했다. 지난해는 2백여명으로 미달이었다.

9개 학과를 생명과학과.산업과학과 등 2개 학과로 줄이면서 약초재배.애완동물.미용.유통정보 등 16개 전공과정으로 개편한 것이 주효했다.

반면 전통만 고집하는 학교들은 예외없이 고전했다.

부산지역 명문상고인 경남상고의 경우 4백80명 모집에 무려 1백22명이나 미달했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남은 남자상고이지만 회계과.경영과 등 기존의 편제를 유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기산(朴基汕.61)교장은 "51회 졸업생을 배출한 경남상고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을 맞게 돼 안타깝다" 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고 말했다.

정용백.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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