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중앙서울마라톤] 한국 남자 1위 박영민 2시간15분03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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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박영민(25·코오롱·사진)은 오른 주먹으로 허공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며 기뻐했다. 그 주먹으로 부상에 신음했던 지난 2년간의 마음고생을 훨훨 날려 보냈다.

박영민은 2시간15분03초로 국내 선수 중 1위를 차지했다. 최고 기록이 2시간23분17초였고, 풀코스 완주가 단 두 차례였던 것을 감안하면 뛰어난 기록이다. 국내 엘리트 부문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이명승(30·삼성전자)을 20초 차로 제쳤고, 외국 선수를 포함한 순위는 9위다. 박영민은 “부상 때문에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2년간 제대로 대회에도 못 나갔고 성적도 안 좋아 잘해야 2시간17분대로 예상했는데 기록도 좋아 기쁘다”고 말했다.

코오롱 정하준 감독은 “2007년 2월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입단하자마자 족저근막염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2년간 재활 트레이닝에 매달려 올해가 사실상 데뷔나 마찬가지”라며 “중앙서울마라톤을 겨냥해 4개월간 맹훈련한 게 결실을 맺었다”고 기뻐했다.

연습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경북 영천에서 훈련 도중 오른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거리 연습량이 부족했다. 박영민은 “훈련 파트너도 없고 다치는 바람에 힘들게 준비했다. 그래서 연습 레이스 기록도 안 좋았다”고 말했다. 레이스를 지켜보던 정하준 감독도 “거리 훈련을 좀 더 했으면 기록을 많이 단축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레이스를 공격적으로 운용한 작전이 잘 들어맞았다. 박영민은 “되든 안 되든 처음부터 선두에 붙어 가자는 작전이었고 안 떨어지면 마지막에 승부를 걸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25㎞ 지점까지 5㎞ 구간 랩타임(구간기록)을 15분대로 끊었다. 훈련 때보다 1~2분 더 빠른 페이스였다. 그는 “평소보다 빠른 스피드여서 걱정했는데 막상 뛰어 보니 괜찮더라”고 말했다. 개인 기록을 8분 넘게 줄여 2시간15분대를 기록한 박영민은 “일단 국내 마라톤 최고 선수가 되고 싶고, 지구력을 더 보완해 내년에는 2시간10분대를 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감독은 “5000m 기록이 13분대로 스피드가 뛰어난 것이 박영민의 장점”이라며 “정신력이 강해 내년에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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