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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평가한 90년대 후반의 남자가수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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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90년대는 남자가수의 시대였다. 비록 지난해부터 여가수들의 득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나, 90년대를 통틀어보면 신승훈.김건모를 비롯해 걸출한 솔로 가수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신승훈.김건모 이후 90년대 후반 인기를 모은 남자 가수들의 노래만 모은 편집음반이 나왔다.'남자의 향기' 란 타이틀 아래 조성모.김민종.임창정.K2김성면.박상민.윤종신.Y2K.이브.임재범.이승철.윤도현밴드 등 모두 17명의 남자가수들 대표곡을 모아냈다.

이를 계기로 90년대 후반 남자가수중 정말 '향기' 가 강한 '절창' 은 누구인지 평론가 임진모.송기철.작곡가 조규철씨 등과 본지 가요팀이 토의를 거쳐 알아봤다.

가장 논란을 많이 모은 가수는 조성모다. 2집( '포 유어 소울' )을 1백80만장 넘게 팔아치운 그는 90년대 막판의 가장 확실한 스타다. 하나 '가수' 로서의 자질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평가자는 "여성들의 마음을 졸이게하는 이미지 포장술은 탁월하나 솔직히 가창력만 놓고보면 별 특징이 없다" 고 평했다. 발라드 가수로서 음정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과, 데뷔곡 '투 헤븐' 이 일본 노래 표절의혹을 강하게 받고있는 점도 거론됐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않다. "해맑은 미성이 일품인 기대주" 란 평이 그것. 또 "라이브 능력이 뛰어나 1회용 상품으로 볼 수 없다. 1집은 볼 것이 없지만 2집에선 자신만의 음색 구사에 성공하고있다" 는 칭찬도 있다. 비판과 칭찬을 종합해보면 조성모는 3집에서 단순 엔터테이너인지 탁월한 가수인지 여부가 결론날 듯하다.

가창력 측면에서 고득점 가수는 임재범.이승철이다.이들은 80년대부터 활동한 중견이지만 스캔들.약물파동으로 오랫동안 가요계를 떠났다가 90년대 중반이후 다시 인기를 얻은 점에서 대상이 됐다. 이들은 '가장 사나이다운 음성(임재범)' 과 '대중가요의 맛을 정확히 살려내는 천부적 능력(이승철)' 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 목청의 선이 굵고 정통적 록 창법을 계승한 윤도현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포크로 가수생활을 시작한 윤도현은 메탈로 돌아서면서 다소 목소리 정립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한국록 다시 부르기' 음반을 통해 확실한 자기색깔 굳히기에 성공했다는 평. 의식있는 음악세계와 순수한 이미지도 고득점 획득에 일조했다. 한편 이 음반에는 빠졌지만 전율스런 고음의 샤우팅 창법과 대중성 뛰어난 록발라드로 사랑받는 김경호, 시원하게 트인 목청으로 '천년의 사랑' 을 불러 인기상승중인 박완규, 부드러운 고음처리가 장기인 김성면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박완규는 영어로 노래부르면 서구 로커로 착각할만큼 정통 록보컬을 구사한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여자 노래보다 더 여자 노래를 잘한다' 는 트로트풍 발라드의 귀재 조관우도 논란은 있지만 90년대 후반이 배출한 주요 가수로 평가받았다. 반면 김민종과 임창정은 적절한 가창력과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탤런트와 가수를 겸업하는 '자세'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았다. 평가자들은 "기계음과 샘플링 덕으로 립싱크 가수들이 판치고있지만 결국 대중이 선택하는 것은 육성(肉聲)으로 다가오는 소리꾼들" 이라며 2000년에는 좀더 강력하고 맛갈난 새 가객(歌客)들이 나와야한다고 지적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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