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좋은 점수가 아니라 실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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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호 14면

밀라노비치 대표는 “향후 컴퓨터 기반 IELTS 시험이 개발되더라도 IELTS의 강점 중 하나인 일대일 대면 인터뷰 형식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 ESOL 제공

국내 영어 평가 시험 시장에서 TOEFL·TOEIC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시험이 있다. 올해로 시행 20주년을 맞은 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다. IELTS는 ‘국제 공인 영어 능력 평가 시험’으로 전 세계 120개 국가에서 120만 명(2008년) 이상이 응시하고 있다. 영어의 4대 영역(읽기·듣기·말하기·쓰기)을 모두 평가하는 시험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IELTS가 영국·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로 유학·취업·이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보는 시험이라는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변화의 조짐이 있다. 최근 수년간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 거의 모든 미국 대학이 IELTS 점수를 인정하게 됐다. 이를 발판으로 국내 IELTS 홍보 마케팅도 강화되고 있다. 국내 IELTS 응시자는 2005년 6700명에서 2008년 2만7000명으로 3년간 네 배 이상 증가했다.

TOEFL·TOEIC에 도전하는 IELTS, 마이클 밀라노비치 대표

IELTS는 케임브리지 ESOL(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 IDP 에듀케이션의 산하기관인 IELTS 오스트레일리아가 공동으로 출제·주관·개발한다. 케임브리지 ESOL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있는 ‘케임브리지 어세스먼트(Cambridge Assessment)’ 산하의 영어 능력 시험 개발 기관이다. 케임브리지 어세스먼트는 지난해 창립 150주년을 맞았다.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IELTS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케임브리지 ESOL의 마이클 밀라노비치 대표를 e-메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응용언어학 박사인 밀라노비치는 30년 이상 언어 교육·평가 분야에서 일해 왔다. 그는 유럽연합(EU)의 언어 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와 독서가 취미인 밀라노비치는 케임브리지 ESOL에 1989년 입사해 2003년에 CEO로 취임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이름(밀라노비치)이 크로아티아나 세르비아 계통인 것 같다.
“우리 집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세르비아에서 영국으로 이민 왔다. 나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영국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한 적 있는지.
“없다. 영국은 이민자들을 포용하는 나라다. 인종차별을 방지하는 법적 장치도 구비돼 있다. 어느 나라나 이민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

-CEO로서 가장 큰 도전은.
“고품질과 혁신으로 유명한 케임브리지 ESOL의 명성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유지하는 게 가장 큰 도전이다.”

-성공하는 데 도움을 준 비즈니스 원칙이 있는가.
“품질을 항상 강조하는 것이다. 올바른 스탠더드에 맞춰 일하는 게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명언이 있나.
“그랜드 슬램을 세 번 달성한 미국의 테니스 스타인 아서 애시(1943~93)는 ‘성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다(Success is a journey, not a destination)’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학생들이나 기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목적을 달성하거나 성공하거나 최고가 됐다고 하더라도 좀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 한국에서 IELTS 수험자 수의 증가가 눈부시다. IELTS는 TOEFL·TOEIC의 아성에 도전할 것인가.
“우리의 목표는 학업, 사회생활, 비즈니스 등 여러 이유로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어떤 시험을 대체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특정 시험으로 쏠리는 현상이 있는 것은 위험하다. 여러 종류의 시험이 제공되는 가운데 수험자·학교·기업이 각자 필요에 따라 최선의 시험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IELTS 등 케임브리지 ESOL 영어 시험의 강점은.
“국제화·세계화가 진행되는 세상에서 영어는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시험에 합격하거나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실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구비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 시험은 오로지 실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설계됐다. 그게 가장 중요한 강점이다. IELTS는 지역적으로나 활용 영역의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영어능력 평가 시험이기도 하다. IELTS는 글로벌 영어 테스트의 표준을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듣기 테스트의 경우에도 영국·미국 등의 영어 억양뿐만 아니라 중국·일본·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의 특색 있는 억양으로 듣기 문제가 출제된다. 또한 전화로 대화하는 상황과 같이 다양한 말하기 환경을 그대로 적용해 테스트를 진행한다.”

-IELTS는 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와 유럽 전역의 대학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하려는 사람은 아무래도 TOEFL을 봐야 하는 게 아닌가.
“대학마다 학생 선발 기준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극소수지만 아직 IELTS를 채택하지 않은 미국 대학이 일부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2500여 개 이상 대학이 IELTS를 입학전형 요소로 채택하고 있다. 특히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의 아이비리그 8개 대학 모두가 IELTS를 영어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유에스뉴스&월드리포트 기준으로 봤을 때 상위 100대 대학 중 97개 대학이 IELTS 점수를 인정한다.”

- IELTS는 회사에서도 활용 가능한가.
“케임브리지 ESOL은 ‘BEC(Business English Certificates)’ ‘BULATS(Business Language Testing Service)’ 등 비즈니스 영어를 평가하는 시험을 제공하지만 직장 내 의사소통 능력도 측정하는 IELTS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IELTS를 16세 이하 학생들에게는 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중·고 학생이 IELTS 시험을 보면 안 되나.
“모든 시험은 일정한 언어 능력이나 사회 생활 경험, 성숙도에 도달한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IELTS는 적어도 고등학교 이상의 수험자들이 응시해 평가받는 시험으로 자리매김(positioning)하고자 한다.”

-16세 이하 응시자에게 케임브리지 ESOL이 제시하는 대안은.
“7~12세 어린이들의 영어 실력은 YLE(Young Learners English Tests) 등 어린이 전용 영어 시험에 응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은 시사적인 이슈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의 콘텐트로 시험의 내용을 구성해 흥미롭게 영어 테스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시험장 보안은.
“최근에는 최첨단 기기를 이용해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시험 부정행위가 나타나 관리·감독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IELTS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차원에서 보안개선프로젝트(Security Enhancement Project)를 시행해 보안을 강화에 나갈 계획이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1982년부터 5~6년에 한번씩 방문하고 있다. 경제 발전의 속도가 인상적이다. 갈 때마다 안 가본 나라에 간 것 같다. 영어 수준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의 영어 실력도 향상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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