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스닥’ 거래 첫날 209% 폭등주 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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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판 나스닥’인 차스닥(Chasdaq) 시장이 30일 첫 거래를 시작했다. 촹예반(創業板)으로 불리는 이 증시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유망 중소 창업기업 28개가 상장됐다. 개장 첫날부터 상한선에 걸려 몇 차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발행가(공모가)보다 209%를 웃돈 주식도 등장했다.

디지털TV 소프트웨어 생산업체인 진야(金亞)과기는 발행가보다 무려 209.7% 폭등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화이형제(華誼兄弟)를 비롯해 안커(安科)생물·탄루저(探路者)·이웨이(億緯)리튬에너지 등 10개 종목이 10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장 초반에는 28개 전 종목이 100% 이상 폭등했으나 차익매물이 나오면서 후반장에 상승폭이 줄었다.

주가 폭등에 따라 주가수익비율(PER)도 뛰어올랐다. 화이형제·딩한(鼎漢)기술·러푸(樂普)의료·바오더(寶德)주식 등 4개 기업은 이날에만 100배를 넘었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평균 PER(약 30배)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거래 개시 전 28개 종목의 평균치는 55.7배였다.

개장 첫날 전문가들은 “차스닥 상장 기업들의 성장성이 높은 데다 투자자들이 당분간 몰릴 가능성이 높아 PER이 한동안 상승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미 900만 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된 데 이어 첫 거래에서 주가가 치솟으면서 당분간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일부에선 벌써부터 차스닥의 롤러코스터 장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하이의 한 증시 전문가는 “차스닥 시장이 문을 열면서 중국에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이 등장할 무대가 마련됐다”면서도 “미국과 홍콩 등지의 기술주 시장이 경험한 거품 붕괴의 시행착오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증시 당국자들은 “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장 감독을 초기부터 철저하게 해나가겠다”며 관리 강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선전증권거래소가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들에게 “개장 첫날에는 차스닥 종목 거래 규모를 되도록 적게 유지하라”고 창구 지도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투기 세력의 가세로 차스닥이 기반을 잡기도 전에 단기간 폭등하고 장기간 맥을 못 추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한편 기존 상하이증시의 종합지수는 차스닥으로 자금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1.2%(35.38포인트) 오른 2995.84를 기록,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주가수익비율(PER)=기업의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순이익(EPS)이 된다. 주가를 EPS로 나눈 수치가 주가수익비율이다. 보통 다른 나라의 증시나, 같은 업종의 기업과 PER을 비교해 주가의 고평가 혹은 저평가 여부를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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