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독일 총리 동생은 하수도 설비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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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게르하르트 슈뢰더(55) 독일 총리의 동생 로타 포슬러(52)는 하수도 설비공이다.

고향인 독일 중부의 작은 도시 데트몰트에서 일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6일자에 따르면 슈뢰더와 포슬러는 어머니는 같지만 아버지가 달라 성(姓)이 다르다.

그러나 이들은 어린 시절 20년 가까이 한 방에서 지낸 둘도 없이 친한 형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이들 형제는 어릴적 또래의 개구쟁이처럼 닭서리와 버찌서리를 즐겼다.

특히 슈뢰더는 짝사랑하던 여자친구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딱지놓자 그녀의 집 창문을 석회로 발라버리는 악동짓도 했다.

슈뢰더는 축구에 탁월한 소질을 보여 촉망받는 소년 미드필더로서 이름을 날기도 했다고 포슬러는 회고한다.

초등학교 졸업 후 형제가 걸어온 인생역정은 사뭇 다르다.

포슬러는 난방장치 설비기술을 배웠고 군 제대후에는 의약품 배달을 하기도 했으며 컴퓨터 판매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그후 4년간 실업자로 지내다 하수도 설비공으로 취직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슈뢰더는 상점에 근무하면서 야간학교 중등과정을 마쳤고 대학입학 자격시험에 합격, 괴팅겐대학에 입학했고 법학을 전공해 변호사가 됐다.

포슬러는 "형은 야심이 대단했다. 한번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반드시 이루고야마는 성격" 이라고 평했다.

형이 총리가 된 뒤에도 포슬러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형의 덕을 전혀 보지 못한 건 아니다.

쾰른의 지방신문 익스프레스에 매주 1회 형의 정치에 대한 논평을 실어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가 칼럼을 직접 쓰는 것은 아니고 그의 말을 기자가 정리해 신문에 싣고 있다.

칼럼 제목은 '내가 보기엔 이렇다' .익스프레스는 정치에 인간적인 면모를 가미하기 위해 이 칼럼을 기획했다.

포슬러는 최근 칼럼에서 "형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보니까 젓가락으로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형은 기분이 좋지않았을 것이다. 형은 돈가스를 먹으면서 신선한 맥주를 마시고 싶었을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형의 정치활동에 대해 포슬러는 "슈뢰더정부의 출범 이후 순탄치 못해 실망을 금치 못했다" 고 아쉬워했다.

'형은 총리, 동생은 설비공' 이라는 신분적 격차는 분명하지만 그는 "형과 나 사이는 종이 한장 지나갈 틈이 없이 긴밀하다" 고 우애를 과시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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