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보인 국회…시민단체 '법안 개악의원 낙선운동' 으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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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의원들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의원들이 개혁법안을 개악(改惡)해버린다며 내년 총선 때 관련 의원들의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벼른다.

매국노에나 붙였던 적(賊)자를 의원들에게 붙여 '교육 7적(賊)' 이니 하며 의원들을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국민회의 한 당직자는 8일 이를 "국회 깔보임 현상" 이라고 규정한 뒤 "정치불신이 심하다지만 국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권을 흔들어도 되느냐" 고 씁쓸해 했다.

국회 경시현상은 지방의회가 국회를 규탄하는 전례 드문 장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 동구(기초의원)의회는 6일 국회의원들의 세비(14.3%)인상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채택, "인상에 찬성한 의원들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 고 큰소리쳤다.

경실련과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10여개 단체들이 문제삼은 법안은 조세개혁법안.

이들 단체는 "재경위 법안심사 소위 여야 의원 8명이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하면서 선거를 의식, 정부제출안을 개악시켰다" 고 주장했다.

그리고 관련 의원 8명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안엔 간이과세 기준이 4천8백만원 미만으로 돼 있었는데, 국회 심사과정에서 기준을 상향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불특정 다수인 4만 영세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 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전국교직원노조도 8일 "교육 관련 3개 법안이 교육위 개정 과정에서 개악됐다며 '교육 7적' 을 선정, 낙선운동을 벌이겠다" 고 다짐했다.

그러나 7적에 찍힌 의원들은 "교육현장의 반발을 고려, 교육부측과 협의해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을 일부 단체가 문제삼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고 비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공부문 구조개혁의 상징인 '한국전력 민영화' 관련 법안을 처리할 산업자원위 의원들은 눈치를 보고 있다.

한국노총이 비상대책위까지 구성해 산자위원 22명에게 입장표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

한국노총은 22명 의원 중 적극 처리 입장을 펴고 있는 국민회의 의원 2명을 지목해 지구당사 앞 규탄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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