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 임금 노사협상에 맡겨 노동법 일괄타결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는 8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문제로 촉발된 노사간 대결 국면을 진정시키기 위해 양측의 주장을 절충한 일괄타결안을 마련, 설득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일괄타결안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사용자를 처벌한다' 고 규정한 현행 노동관계법을 부분 수정, '사용자는 임금지급의 의무가 없다' 는 조항을 신설해 재계의 입장을 반영키로 했다.

또 '노조는 전임자의 임금지급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를 금지한다' 는 조항과 '기업별로 전임자의 수에 상한선을 둔다' 는 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대신 노동계의 입장을 살려 쟁점이 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 와 '처벌' 조항을 삭제,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문제를 노사간 자율협상을 통해 해결토록 했다.

이와 함께 2002년 1월 시행되는 개별 기업의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 시행 전까지 조합원 수에 따른 비례대표제 등을 통해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검토되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와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허용' 을 동시에 3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은 노사 양측의 반발이 심해 채택하지 않는 대신 절충안을 마련했다" 고 밝혔다.

정부와 노사정위원회는 9일 일괄타결안을 공식 발표한 뒤 노사 설득작업을 거쳐 대통령에게 건의해 여당의 의원입법 형식으로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현재 노동계는 전임자 임금지급 조항의 완전 삭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재계는 이 조항의 존치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어 절충안에 대한 노사 양측의 수용 여부에 따라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남홍(趙南弘) 경총 부회장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의무가 없다거나 이로 인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은 우리 노사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장에서는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 며 "재계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 이라고 밝혔다.

趙부회장은 "중재안은 지난 97년 여야합의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이 만들어졌을 때도 이미 논의됐던 내용" 이라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반드시 지킬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부당노동행위 규정.지급시 사용자 처벌 등 3대 독소조항이 모두 삭제될 경우 중재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고 전제했으나 "상한선을 두는 조항에는 반대한다" 고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노총도 "발전적인 안으로 보고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지만 조건없이 문제의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노동계가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일괄타결안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선언적 의미만을 담아 장기적 과제로 남겨둘 예정이다.

고대훈.김동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