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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국·중국 1 : 3 ‘진검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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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준결승을 앞둔 4명의 기사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쿵제 9단, 구리 9단, 추쥔 8단, 이창호 9단. 중국 강세와 한국의 위기를 보여준다. [한국기원 제공]

결국은 이창호다. ‘지지 않는 소년’에서 ‘신산(神算)’을 거쳐 ‘불패의 수문장’까지 온갖 찬사를 들어왔던 이창호. 이름 석 자가 보증수표였던 이창호가 절체절명의 한국바둑을 위해 다시 한번 수문장을 맡고 나섰다. 11월 2~5일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3번기로 치러지는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은 중국 기사가 3명이고 한국은 이창호 9단 한 사람뿐이다. 중국의 강세에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는 최강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홀로 지켜내야 한다. 이창호는 지난 세월 혼자 4강에 오른 적이 8번 있었고 이 중 7번을 우승했다. 8강에 혼자 살아남아 우승까지 거둔 적도 3번 있었다. 이번 삼성화재배엔 21년 세계대회 사상 100번째 대회라는 또 하나의 왕관이 걸려 있다.

준결승 대진표는 이창호 9단을 돕고 있다. 중국 랭킹 1위 구리 9단과 2위 쿵제가 맞붙고 이창호는 중국 7위 추쥔 8단과 대결한다. 추쥔이 약하다는 게 아니라 이창호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다. 이창호는 대국 때 열이 머리로 올라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증세 때문에 벌써 몇 년째 고생하고 있다. 조명이 비치는 TV 중계바둑에선 특히 심해진다. 따라서 체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최근 펄펄 나는 구리나 쿵제와 준결승부터 진을 빼는 것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이창호는 구리와 5승4패. 쿵제와는 5승3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구리는 2007년 이후 세계대회 성적이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다. 41승12패로 승률이 77%가 넘는다(이창호는 2007년 이후 41승19패, 승률 68%). 이창호 9단은 최근 공부도 하고 가끔 데이트로 머리를 식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8강전에서 중국의 신예 저우루이양 5단에게 고전 끝에 반 집 승을 거둔 뒤 “공부가 부족하다. 공부해야겠다”고 말했는데 그걸 지키고 있는 것이다.(저우루이양과의 대국은 중국의 신형 정석에 당해 시종 끌려 다녔다).

  이번 대회가 시작될 때 이창호는 “준우승도 쉬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는데 속으로는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이창호 9단은 그 마음을 이렇게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상하이의 준결승은 자비로 간다. 자비로 외국에 시합하러 가는 건 생전 처음이라서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앙일보사가 주최하는 삼성화재배는 우승상금이 2억5000만원, 준우승 7000만원, 4강에서 탈락하면 3500만원을 받는다. 결승 3번기는 12월 15~17일 상하이.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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