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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문제 어떤 식으로든 매듭 지어야” 청와대 참모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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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청와대의 한 참모는 28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인 조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을 맺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형이다. 이 참모는 이와 관련,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는데,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효성그룹 관련 의혹은 이달 초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가 조 회장의 아들들이 미국에 수십 억원대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주장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야당에서 ▶일본산 부품 수입단가 부풀리기 의혹 ▶조 회장 동서가 실소유주인 전자제품 업체의 군납비리 의혹 등도 캐내면서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커졌다. 야당 의원들은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이 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판에도 청와대는 일단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면서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 참모는 이날 “이미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고 강조한 뒤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참모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의혹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이 대통령이 이미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친인척 비리에 대해 ‘추호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느냐”며 “야당의 의혹 제기처럼 검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효성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그간의 침묵이 괜한 오해를 키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청와대가 효성 문제에 대해 언급을 피하자 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효성 관련 의혹의 핵심은 MB의 사돈 감싸기”라며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가만히 있을 경우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효성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또 검찰 수사 결과 효성 관련 의혹 중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친인척 비리 근절을 선언했던 이 대통령에게는 치명적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참모들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선 청와대 내에 “공연히 검찰 수사를 꺼린다는 인상을 풍기면 야당에서 특검을 제의하고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정치적 오해만 더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검찰은 이미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의지를 밝혀 놓은 상태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민주당 박지원·박영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효성 2~3세의 해외 부동산 취득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확인작업을 확실히 하도록 했다”는 뜻을 전했다. 김 총장은 또 군납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김천지청에서 종합해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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