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돈벼락?…행인이 상자 건네고가 열어보니 현금 등 수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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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때이른 산타클로스의 등장일까.

경찰이 대낮에 낯모르는 사람에게 5백52만여원이 든 상자를 선물하고 사라진 행인을 찾아 나섰다.

서울 을지로에서 비닐제품 판매업을 하는 姜모(32.서울 도봉구)씨가 돈벼락(□)을 맞은 것은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그는 거래처를 방문하기 위해 차를 몰고 서울 광진구 화양동 주차장에 들어서 주차 공간을 찾고 있었다.

점퍼차림의 40대 후반 남자가 다가와 姜씨에게 "요즘 세상 참 살기 힘들죠" 라며 알듯 모를듯한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 남자는 높이 20㎝, 가로.세로폭이 각각 26㎝ 가량 되는 생수 상자를 불쑥 내밀었다.

姜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게 뭡니까" 라고 묻자 남자는 "아무 이상없는 물건이니까 가져가세요" 라고 말한 뒤 진초록색 그레이스 승합차를 타고 사라졌다.

차를 주차한 뒤 생수 상자를 열어본 姜씨는 까무라칠 듯 놀랐다.

상자 안에는 지폐와 수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姜씨는 "내가 쓸 돈이 아니다" 고 판단, 서울 중구 을지로6가 파출소에 신고했다.

姜씨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돈을 준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다" 며 "왜 내게 그 많은 돈을 줬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상자안에는 10만원권 수표 8장과 1만원권 4백31장, 5천원권 75장, 1천원권 27장, 5백원짜리 동전 19개 등 모두 5백52만1천5백원이 들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1만원권 지폐 등 즉시 사용 가능한 현금을 준 점에 비춰 범죄 관련 자금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 말했다.

돈을 건네주고 사라진 사람을 찾기 위해 수표추적에 나선 경찰은 돈이 범죄 등과 관련없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습득물로 간주, 신고자 姜씨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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