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브래들리 대통령 - 고어 부통령' 시나리오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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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나선 민주당의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의 인기가 계속 치솟으면서 민주당의 전략가들 사이에서 '브래들리 대통령 - 고어 부통령' 시나리오가 제법 진지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앨 고어를 '영원한 부통령감' 이라 규정짓고, 고어로서는 섭섭하겠지만 이같은 시나리오만이 재집권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 진영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민주당 전략가들이 '제3의 길' 로 가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변화와 안정의 복합티켓〓8년간의 민주당 집권으로 유권자들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의 지금까지의 업적에 후한 점수를 주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새로운 얼굴 브래들리와 기존 행정부에서 업적을 쌓아온 고어의 조합이 최선의 카드다. 클린턴 대통령도 고어를 일컬어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부통령' 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 유권자 지지도 고려한 지역안배〓동북부와 중서부지역 유권자들의 지지가 높은 브래들리와 남부 및 서부지역에서 인기를 누리는 고어가 결합돼야만 미 전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는 부시를 이길 수 있다.

◇ 민주당 지지표 계속 확보〓고어가 브래들리의 러닝 메이트로 나설 경우 표심(票心)에 집착하지 않고 부통령직을 흔들림없이 수행할 수 있어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통치 및 행정에 연속성을 꾀할 수 있다. 고어도 평소 "행정에는 자신있다" 고 말해왔다.

◇ 아이디어와 내실의 조합〓아이디어가 새롭고 선이 굵지만 현실 통치의 경험이 없는 브래들리와 지나칠 정도로 세부 사안에 충실해 오히려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어의 조합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상의 복식조' 다.

◇ 선례도 있어〓건국 초기 존 캘훈 부통령은 아담스와 잭슨 두 대통령을 모셨고, 조지 클리프턴 부통령 역시 제퍼슨과 매디슨 두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냈다.

◇ 민주당 정치헌금 절약〓고어와 브래들리가 경쟁을 하지 않는다면 민주당 정치자금을 절약할 수 있고, 소속당 의원 후보들에게 더 많은 정치자금이 돌아갈 수 있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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