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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만 들어가면 ‘밥맛 없는’ 이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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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서울 강남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 주방 앞에 선 에드워드 권. “요리는 예술이다. 자신에게 혹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아무래도 모르겠다. 맛깔스런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 ‘밥맛 떨어지는’ 험한 말이 오가는 까닭을. 케이블·위성 채널 QTV에서 방영중인 ‘에드워드 권의 YES CHEF’(매주 금요일 자정)를 볼라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이다.

서바이벌 형식인 이 프로그램은 최종 우승 상금(3000만원)을 노리는 도전자들의 치열한 요리 대결이 관전 포인트다. 한데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주방에서 펼쳐지는 ‘폭언의 향연’이다. 말끔한 외모의 ‘초특급’ 요리사인 에드워드 권(38)이 도전자들을 향해 “이 XX야! 똑바로 못 해?”라며 거침없는 비난을 퍼붓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적이 당황했을 테다. 시청자 게시판엔 “도전자들을 너무 함부로 다룬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두바이의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의 수석 총괄 조리장을 지낸 에드워드 권은 그런 우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밀었다. 수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 직장을 내던지고 한국 행을 택한 그였다. 그가 귀국 후 후배 양성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을 맡고, 그토록 독하게 도전자들을 몰아붙인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방송을 통해 요리사가 그저 그런 부엌데기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손님에게 잘 빚은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게 요리사의 일이거든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을 내는데 엄격하고 독하지 않을 수가 없죠.”

실은 “좀 억울한 면도 없진 않다”고 했다. 방송에 비친 독한 모습 때문에 슬금슬금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단다. 실제로 주방 밖에서 만난 그는 유머와 지성이 넘치는 미끈한 인상이었다. “제 이미지에 좀 손해를 보더라도 더 혹독하게 밀어붙일 겁니다. 한 명의 요리사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과정이 필요한지 숨김 없이 보여드릴 생각이거든요.”

그는 “이상하게 요리사복만 걸치면 독종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그는 방송에서 파프리카를 통째로 버린 도전자에게 쓰레기통을 뒤져 다 먹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예술작품에 견줄 만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작은 재료라도 아낄 줄 알아야 한다”는 지독한 신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에드워드 권은 한끼에 수 백만원짜리 요리를 만들던 세계 최고의 요리사였다. 그런 그가 돌연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건 자신에 견줄 만한 ‘제2의 에드워드 권’을 길러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예스 셰프’는 그런 그의 목표와 딱 맞아 떨어진 프로그램이었다. “누가 최종 우승자가 되든 야채 다듬는 일부터 다시 훈련시킬 작정입니다. ‘제2의 에드워드 권’이 되려면 단순한 열정만으론 안 돼요. 대인 관계, 통솔력, 손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 등 만능 엔터테이너가 돼야 합니다.”

요리사로서 맨 꼭대기에 올라선 그에게도 남은 꿈이 있을까. 에드워드 권은 “한국에 새로운 외식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이를테면 현재 그가 운영하는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선 1만5000원이 넘는 요리가 없다.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 때문에 서민들이 접할 수 있는 요리가 몇 종류 되질 않아요.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새로운 외식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정강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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