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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까딱하던 우즈 요즘엔 헤이, Y.E.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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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양용은이 메이저 대회 우승 기념으로 받은 밸런타인 37년산 위스키를 들어 보이고 있다.

프로골퍼 양용은(37) 선수가 내년 4월 고향인 제주에서 열리는 유럽 프로골프투어 밸런타인스 챔피언십 대회에 출전한다. 양 선수는 27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이 대회 관련 기자회견에 참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26일 오전 귀국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양 선수를 따로 만났다. 그는 올해 8월 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미국의 타이거 우즈 선수를 꺾고 우승한 뒤로 10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야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이저 챔피언이 된 뒤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

“타이거 우즈가 이전엔 저와 마주쳐도 고개를 까딱하는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엔 우즈가 먼저 ‘헤이,Y.E. 양’하고 아는 체를 해요. 요즘엔 미국 어딜 가나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사인 요청을 해오는 것도 달라진 점이지요. 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했을 때는 딱 이틀 지나고 나니깐 연락이 딱 끊기던데 이번엔 석 달이 지났는데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전화벨이 많이 울려요. 그런 걸 보면 메이저 대회 우승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이 나요.”

-올해 PGA투어에서 상금으로만 348만달러(약 40억원)를 벌어 상금순위 10위에 올랐습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돈을 많이 번 건 맞습니다. 그런데 세금이 40%가 넘는다고 하더군요. 세금으로만 100만달러가 넘게 나가지요. 캐디와 스윙 코치한테도 각각 수십만 달러씩 줘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긴 한데 쓸 곳도 많아졌어요. 어찌 됐건 ‘나는 참 복 많은 놈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목표는 무엇입니까.

“1997년 결혼할 당시 집사람에게 ‘5년만 기다려주면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장담했는데 제대로 약속을 못 지켰잖아요. 그런데 이제 메이저 대회도 제패했으니 어느 정도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해요. 다음 목표는 PGA투어에서 10승을 거두는 겁니다. 최경주 선배가 7승을 거뒀는데 이제 제가 그 기록을 넘어서고 싶어요.”

-가족 사랑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가족과 함께 김치찌개나 갈비찜을 차려놓고 식사를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런데 제 집 사람은 무척 터프한 성격이에요. 제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는데도 ‘수고했다’는 말 밖에 다른 이야기는 안 하더군요. 가끔 ‘우리 맛있는 것 좀 먹을까’하고 말하면 한국 음식을 차려주는 게 전부지요.”

-아들만 셋을 뒀더군요. 주변에서 2006년 막내 아들을 낳은 뒤로 일이 술술 풀리고 있다고들 하더군요.

“맞아요. 막내 경민이가 이제 네 살인데 이 아이가 ‘복덩이’라고 생각해요. 경민이를 낳고 나서 일본 투어에서도 우승하고 유러피언투어 대회에서도 우승했으니까요. 더구나 이번엔 우즈를 꺾고 PGA챔피언십까지 우승하다니 저 자신도 믿기지 않는 일이지요. 이놈이 딸 못지 않게 애교도 많아요. 요즘엔 ‘우리 아빠가 타이거를 이겼다’며 떠들고 다녀요. 그럴 땐 가슴이 뿌듯하지요.”

-밸런타인스 챔피언십 주최 측이 양 선수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세상에 한 병밖에 없는 ‘밸런타인 위스키 37년 한정판’을 만들어 선물했습니다.

“아주 좋은 선물입니다. 세상의 모든 돈을 다 갖다줘도 이 술과 바꾸지 않겠습니다. 당장에라도 따서 마시고 싶지만 집안에 고이 모셔두고 대대손손 가보로 물려주려고 합니다.”

글·사진=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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