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29일 총선…마하티르 '불안한 승리'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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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말레이시아 총선이 29일 실시된다. 28일 여당은 안정과 번영을, 야당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치며 막판 선거운동을 벌였다. 야당 연합인 대체전선(AF)은 20만명의 가상인물이 투표인 명부에 기재돼 있다며 부정선거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모하마드 마하티르 총리(73)가 이끄는 집권 연정 '국민전선(NF)' 의 승리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헌선인 전체의석(1백93석)의 3분의2 획득은 미지수다. 마하티르에 대한 반감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연합체인 대체전선의 단결은 공고한 편이다. 이때문에 득표율에 상관없이 이번 총선은 마하티르의 '불안한 승리' 가 될 공산이 크다.

◇ 전망〓28일 여론조사에서 마하티르가 이끄는 통합말레이당(UNMO)은 52%의 지지를 얻고 있다. 마하티르 집권 18년간 최대 고비로 불렸던 90년 총선 득표율 53%보다 낮은 수치다.

95년 총선 득표율보다는 11% 포인트나 낮다. 반면 야당인 말레이시아 이슬람당(PAS)은 33%, 안와르의 부인 완 아지자가 이끄는 국민정의당(NJP)은 10%의 지지를 얻고 있다.

변수는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중국계 표의 향방이다. 마하티르는 그간 경제적으론 중국계를 보호하면서도 정치.사회적으로는 말레이족 중심 정책을 펼쳐왔다.

안정을 바라는 중국계 기득권층과 교육.취업 등에서 불평등 시정을 요구하는 중국계 빈민.청년층 가운데 어느쪽에서 몰표가 나오느냐가 선거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 의미〓마하티르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을 띠고 있다. 마하티르식 개발독재에 대한 찬반투표이기도 하다. 압승을 못하면 UNMO내부의 동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한 마하티르 노선에 대한 불만세력과 여야 이슬람 세력의 통합이 불안요인이다.

특히 야당이 약진할 경우 인종 중심의 말레이시아 정치가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다. 중국계 야당인 민주행동당(DAP)의 탄셍자우 당수는 "이제 말레이시아 국민을 갈라놓는 경계는 인종에서 계층으로 옮겨갔다" 고 주장했다.

수감중인 안와르 전 부총리의 부인 완 아지자의 당선 여부도 관심이다. 아지자가 당선될 경우 수감중인 남편 안와르를 대신해 야당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아지자는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부통령으로 이어진 동남아 여성 지도자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력이 다소 약해 야당연합의 주도권이 이슬람 정당쪽에 실릴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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