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 대응책 나올까] 가파른 엔高, 日정부도 개입쪽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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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주 말 미국.유럽에서 엔화가 기습적으로 오른데 대해 일본 내에선 단기적으로 당연한 흐름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조속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게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고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지난 2분기부터 나왔다.

여기에 이달 들어서는 18조엔이 넘는 추가 부양책도 엔고를 자극했다. 일본정부는 6조엔이 넘는 국채를 발행할 계획인데 이는 장기금리를 높여 미국과의 금리차를 좁히게 된다.

금리차가 별로 없다면 투자자금은 경기가 식어가는 미국에서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일본으로 몰리므로 엔화가치가 뛰는 것은 당연한 결과. 일본정부가 이를 자연스런 시장 흐름으로 보고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자 일본 내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지금의 외환정책에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니혼고교(日本興業)은행. 이달 중순의 보고서에서 "일본은 ▶엔 시세가 95년의 달러당 80엔대에 비해 높지 않다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로 엔고의 타격이 크지 않다 ▶엔고는 일본의 구조조정에 도움을 준다는 세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 며 환율안정을 위한 정책대응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아시아 통화에 대한 엔화의 실효환율은 이미 95년의 엔고 때와 못지 않아 일본 기업들의 수익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구조조정도 하기 전에 경제가 뒤틀리고 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요시토미 마사루(吉富勝)연구소장은 "지나친 엔고는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으므로 당국이 달러당 1백5엔대를 지키겠다는 확실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고 말했다.

미국도 급격한 엔고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엔고로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가 일어나면 주가.채권값.달러화의 '트리플 약세' 가 나타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정부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산업계를 자극해 가면서 무리하게 일본과 손잡고 엔고를 막으려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대장상은 엔 강세가 계속되자 지난주 말 "필요할 경우 시장개입을 하도록 관련 부서에 이미 지시를 해놓은 상태" 라고 밝혀 정부가 엔화 안정에 나설 태세임을 분명히 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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