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팀 문건·검찰·특검 조사 차이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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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번에 공개된 사직동팀의 최종보고서 '검찰총장 부인 관련 비위첩보 내사결과' 와 배정숙(裵貞淑)씨가 공개한 최초보고서, 그리고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 내용은 무엇이 다른가.

최초보고서와 최종보고서는 문서 형식은 매우 유사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정희(延貞姬)씨의 호피무늬반코트 구입경위다. 최초보고서는 延씨가 외상구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 근거로 정일순(鄭日順)씨와 라스포사 직원 李모씨의 진술까지 제시했다.

반면 이보다 최종보고서엔 鄭씨가 포장해줬고 延씨가 다음날 반환의사를 밝힌 것으로만 돼 있다.

검찰수사는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鄭씨가 延씨 몰래 차 트렁크에 넣어 배달시켰으며 2~3일 후에야 발견하고 돌려줬다" 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수사에서 延씨는 애초부터 옷을 구입할 의사가 있었다는 것을 시인했다.

반코트의 반환일자도 마찬가지. 최초보고서의 1월 8일이 최종보고서에서는 단순히 '구입 며칠 후' 로 두루뭉실해졌다가 검찰수사에서 5일로 정정됐고 특검수사에선 다시 맨 처음의 8일로 되돌아왔다.

이같은 차이는 최초의 사직동 내사상황이 최종보고과정에서 延씨측에게 다소 유리하도록 다듬어졌고 검찰수사는 이를 바탕으로 이뤄졌음을 추론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 특검수사는 다시 처음으로 적나라한 상황으로 반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체적으로 최초보고서와 특검수사가, 최종보고서와 검찰수사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문건은 이밖에 옷로비와 관련된 유언비어 유포경위 설명 부분도 시각이 달라 보인다. 최종보고서는 이형자(李馨子)씨와 주변 사람들의 언동을 자세히 기술하면서 李씨가 鄭씨와 裵씨를 통해 이희호(李姬鎬)여사와 延씨에게 남편의 구명로비를 기도한 부분이 자세히 나와 있다.

崔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李씨와 延씨의 접촉이 끊겼다는 대목도 강조돼 있다. 최초보고서가 裵씨의 언행을 중심으로 延씨의 최회장사건 관련언급 등을 적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건에 대한 결론도 달라져 있다. 최종보고서는 延씨가 코트를 구입하거나 李씨에게 대금지불을 요청한 사실이 없음이 확인됐고 李씨가 검찰총장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벌인 자작극으로 결론을 내렸다.

반면 최초보고서는 결론을 유보하면서 裵씨가 延씨에 대한 여러 얘기를 왜곡, 수차례 말한 점과 음해성 유언비어가 李씨에 의해 횃불선교회 교인들에게 유포됐다는 상황만을 정리해놓았다. 현재까지 특검수사 결과는 李씨의 자작극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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