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암 완치율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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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어린이도 암에 걸린다. 우리나라에서만 해마다 5천여명의 소아암 환자가 발생한다. 암은 사고 다음으로 흔한 어린이의 사망원인. 15세 이하 어린이 사망률의 12%를 차지한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 암이 어린이에게 생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 그러나 소아암은 성인암보다 치료성적이 훨씬 좋다.

립의료원 소아과 안돈희(安敦姬)박사팀이 최근 93~97년까지 5년간 6개 도시 1백59개 병원의 소아암환자 4천9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암 치료 후 5년까지 살아있을 확률이 평균 6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암은 치료 후 5년 이내에 재발해 생명을 잃게 되므로 5년까지 생존했다면 완치를 의미한다. 성인암의 평균 5년생존율이 30%에 불과하므로 어린이의 완치율이 두 배 이상 높은 셈이다.

安박사는 "어린이가 어른보다 암에 약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 이라며 "치료성적이 월등히 좋은 만큼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소아암이 치료하기 쉬운 이유는 많다. 첫째 성인암과 종류가 다르기 때문. 성인에게 위암.간암.폐암 등 난치성 암이 흔하다면 어린이에겐 백혈병.뇌종양.신경모세포종.망막모세포종.윌름씨종양 등 비교적 치료가 쉬운 암이 많다. 이 중 뇌종양과 백혈병중 일부를 차지하는 골수성백혈병을 제외하곤 대부분 치료성적이 좋다.

전체 소아암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백혈병은 수술 대신 항암제와 골수이식으로 완치가 가능한 대표적 암. 신경모세포종은 드물지만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치유가 되기도 한다. 눈에 생기는 망막모세포종은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로 쉽게 치료돼 암이란 이름이 '무색' 하게 90%의 완치율을 보인다.

둘째는 어린이 특유의 적응능력.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성기웅(成耆雄)교수는 "같은 백혈병이라도 어린이는 항암제만으로 80%에 가까운 치료효과를 보이지만 성인은 항암제만으론 20%, 골수이식을 받아도 50%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구토 등 항암제로 인한 부작용도 어린이가 훨씬 잘 견뎌낸다.

자가조혈모(自家造血母)세포이식술 등 최근 국내 의료계에 선보인 첨단치료기술도 소아암의 완치율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한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이란 미리 자신의 혈액이나 골수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냉동보관했다가 항암제를 투여한 뒤 다시 넣어주는 치료법. 항암제로 파괴된 조혈모세포를 보충할 수 있으므로 기존 항암제 치료보다 수십 배나 많은 용량을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成교수는 "다른 장기로 전이된 말기 신경모세포종의 경우 과거 완치율이 10%에 불과했으나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로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암환자의 사망이 적지 않은 것은 조기발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소아암도 성인암처럼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성적이 좋아진다.

安박사는 "미국 등 선진국의 소아암환자의 평균 5년생존율은 80%에 이른다" 고 말했다. 국내 소아암의 5년생존율이 선진국보다 낮은 이유는 치료기술의 차이도 있지만 부모의 무관심으로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것.

가장 흔한 소아암인 백혈병은 자녀가 ^얼굴이 창백하거나 ^멍이 잘 들고 ^원인불명의 열이 여러 주 넘게 계속될 때 의심해봐야 한다.

두번째로 흔한 소아암인 뇌종양은 두통을 눈여겨 봐야한다. 교수는 "밤중에 자다 깨어날 정도로 심한 두통이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고 조언했다. 여기에 경련과 마비증상이 겹친다면 뇌종양일 가능성이 많다.

배가 부르다거나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증상. 신경모세포종과 윌름씨종양 등 소아에게 흔한 암은 대부분 복부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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