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립싱크, 저작권 침해 … 걱정되는 ‘태권도 뮤지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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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 21일 서울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 태권도를 소재로 한 뮤지컬 퍼포먼스 ‘타타 인 붓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제작사 측은 70여분간의 공연을 다 보여준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런 질문이 나왔다. “사회자에 해당하는 여성 출연자를 제외하곤 모두가 립싱크를 한다. 뮤지컬에서 이렇게 립싱크를 해도 되는가?”

제작자 겸 연출가인 개그맨 출신 백재현씨가 답했다. “고난도 태권도 동작을 한 뒤 노래를 부르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립싱크 공연이 적지 않다.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이해해달라.”

작품 포스터엔 ‘한국이 만든 태양의 서커스’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인터넷 광고물에도 ‘태양의 서커스’가 여러 번 등장한다. “태양의 서커스 측에 허가를 받았나”란 질문이 이어졌다. 백씨는 “우리끼리 춤 잘 추는 친구보고 ‘공연계의 비’라고 부르는데, 그럴 때 ‘비’에게 허락 받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상업 목적의 공연을 할 경우 원작자에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저작권 상식과 거리가 멀었다.

출연진은 대부분 태권도학과 학생들이다. 태권도 기량만큼은 흠 잡을 데 없이 빼어났다. 그러나 엉성한 스토리, 획일적인 음악, 조악한 무대 등 작품의 전반적 퀄리티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였다. 백씨는 “프리뷰 기간 할인을 엄청 했다. 그런데도 객석이 꽉 안 찬다. 스타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연 그럴까. 작품은 해외 태권도 홍보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공연을 본 태권도 관계자는 “오히려 태권도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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