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군산, 프로농구 나산의 새 메카로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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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농구 골드뱅크 클리커스의 연고지는 광주지만 호남 농구팬들의 마음은 군산에 모여 있다.

골드뱅크가 올시즌 홈에서 벌어지는 14경기를 모두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치르기로 하면서 광주는 잊혀진 도시가 됐다.

프로농구 원년 시즌 광주의 농구 열기를 추억하는 팬들에겐 아쉽겠지만 올시즌 군산의 농구 열기는 당시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다.

늦가을 궂은비가 내린 11일 군산 개막전에는 홍보부족에도 불구하고 4천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들었다.

팬들은 경기 시작 수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입장시간을 기다렸다. 고교야구 전성기의 군산상고 경기를 보기 위해 동대문운동장에 모여들던 야구팬들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지난 시즌 광주경기 평균 관중이 5백명도 안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군산의 농구 열기는 여러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광주처럼 시민들이 야구에 몰입해 있지도 않고 지난 시즌 공중분해된 상태였던 나산이 경기를 치르는데 급급, 관중 동원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점도 감안된다.

그러나 군산이 호남 농구의 메카로 불릴 만한 자격이 있는 도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선 농구 명문 군산고가 무수한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해 왔고 농구인들이 '물이 좋다' 고 할만큼 재능있는 유망주가 많은 곳이다.

실업농구 삼성에서 슈터로 활약했던 경희대 최부영 감독이 바로 군산 출신이고 프로농구 SK에서 지난 시즌까지 코치로 활약한 최철권씨, 삼성 센터 이창수, 기아의 유망주 하상윤과 권종오 역시 군산의 농구 토양을 배경으로 성장했다.

군산의 농구 열기가 폭발하자 골드뱅크 구단은 연고지를 아예 군산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다.

월명체육관의 시설이 광주 염주체육관보다 좋고, 군산시에서 농구단 유치를 강력히 희망하는 등 농구를 사랑하는 분위기가 구단의 마음을 끌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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