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with] 김태화씨의 '파티 코디네이터'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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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현실의 굴레에 끌려가다 보니 젊은 날의 생일 한번 근사하게 보내지 못했어요. 마침 다가오는 친구 생일 파티를 제 손으로 직접 준비한다면 그 친구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 같네요." 파티 코디네이터를 꿈꾸고 있는 김태화(25 . (中))씨. 그녀의 소망이 지친 일상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행복 바이러스가 됐으면 합니다. 태평양 송염 치약 솔잎 휴양림 이벤트를 담당하고 있는 탑테이블(Toptable)의 강지영 대표가 도와주셨습니다.

글=이진수 기자<torch@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topgun@joongang.co.kr>

"어멈아, 국과 김치는 없니."

며느리는 당혹스러웠다. 일주일 넘게 고생하며 시어머니의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메뉴는 평소 어머니가 드시지 못했던 퓨전 요리. "우리 며느리 최고"란 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맛있게 드시며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차린 음식을 외면하고 김치를 찾는 시어머니의 첫 마디에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란다.

"파티의 중심은 사람이에요. 당연히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가장 중요합니다."

파티 코디네이터 강지영씨는 그 일 이후 어른들을 모시는 파티에는 그분들이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를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파티의 전반적인 기획부터 섭외, 준비와 진행, 연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파티 코디네이터. 어느덧 익숙한 용어가 됐지만 하는 일이 제대로 알려진 것 같진 않다.

얼마 전 유니버셜 발레단의 '돈키호테' 기자 간담회. 기자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는 자리인 만큼 스페인 분위기를 연출해야 했다.

"단순히 스페인 음식 몇 가지를 만들면 출장 뷔페와 뭐가 다르겠어요."

지영씨는 "음악, 술, 패션, 춤, 꽃 등 그 속에 흐르는 스페인 문화를 이해하고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은 필수. 언어학 전공이 많은 도움이 됐다. 1년에 3, 4회 외국에 나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릇이나 장식품 등은 외국에 갈 때마다 구입하는 목록. 어떤 경우에는 이천.여주 등에 가서 직접 그릇을 구워오기도 한다.

2, 3년 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 30명 정도 초청한 '사파리 파티'. 영화 '타잔'속 캐릭터나 동물 복장을 하고 참가하는 파티에 10여 명이 안 왔다. "이 나이에 무슨…" "옷도 없어요"라며 오지 않았던 것. 그나마 온 20명 중 절반은 말끔한(?) 양복 차림이었다.

"도무지 파티를 즐길 줄 몰라요. 드레스 코드는 나를 표현하고 더 즐기기 위한 것인데 너무 쑥스러워 한다"며 "술이 일단 들어가면 잘 놀지만 술 먹기 전엔 마치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다"며 웃는다. 그래도 젊은층으로 갈수록 이런 파티 문화를 좋아하고 적극 참여한단다. "그들을 보면 10년 후쯤 파티 코디네이터가 행복을 주는 마법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만든 파티에 사람들이 즐거울 때 가장 행복하다는 강씨. 그녀는 오늘도 파티를 준비 중이다.

***체험해보니…

호텔에서의 공간 연출, 푸드 스타일링, 꽃 장식…. 개성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다.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는 화려한 직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동경하고 파티 코디네이터가 되겠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루라는 짧은 체험이었지만 쉬운 직업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얻었다. 내가 잘 못하는 요리뿐 아니라 테이블 세팅, 밥 먹듯 반복되는 야근까지 해야 할 공부는 많고 필요한 건 헝그리 정신뿐. 우아한(?) 막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그것을 행복으로, 천직으로 여기는 그들을 보며 진정한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그래도 남에게 기쁨을 주는 파티 코디네이터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맛본 하루였다.

***강지영 대표가 제안하는 '홈 파티, 이렇게 해보세요'

(1) 촛불 등 조명에 신경 써서 분위기 연출

(2) 컨셉트에 따라 다른 음악을 배경으로 무드 조성

(3) 될 수 있는 대로 집에 있는 소품이나 재활용품 활용

(4) 음식은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간편 요리를 하되 푸드 스타일링 강조

(5) 테이블 세팅을 할 때 천이 복잡하고 화려하면 그릇을 단순한 것으로, 반대로 천이 단순하면 문양이 많은 그릇을 선택해 파티 느낌을 살린다.

(6) 집에 있는 과일이나 야채를 꽃과 함께 이용해 테이블 중앙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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