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박세리, '연장불패' 환상의 펀치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위험을 기회로 만드는 골퍼' .

박세리는 연장 첫홀인 18번홀(파4.3백81야드)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에 떨어져 정상적인 세컨드 샷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핀까지 거리는 1백38야드밖에 남지 않았지만 전방에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 직접 핀을 공략할 수 없었던 것.

그러나 박은 도박을 걸었다. 공주 금성여고 재학시절부터 곧잘 구사해 골프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펀치샷이 바로 무기였다. 박은 당시 고등학생으로는 유일하게 펀치샷을 구사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박은 8번아이언으로 공을 낮게 깔아쳐 나무 왼쪽으로 날아간 뒤 공끝이 오른쪽으로 휘는 샷을 구사했다.

이른바 페이드가 걸린 펀치샷이었다. 공은 그린 좌측을 맞고 퉁긴 뒤 우측으로 스핀을 먹으며 그린 가운데 있는 핀을 향해 움직였다. 두둑한 배짱으로 구사한 묘기였다.

결국 핀으로부터 약 1m 위쪽에 공을 올려놓은 박은 버디 찬스를 잡았고 먼저 세컨드 샷을 그린 우측 프린지에 떨어뜨린 데이비스와 세컨드 샷을 남긴 웹에게 잔뜩 부담을 주는 샷이기도 했다.

티샷을 가장 멀고 가장 좋은 위치에 보내 승리의 예감에 들떠 있던 웹은 박의 버디를 의식, 공격적으로 샷을 날렸지만 공은 홀 위쪽 5m 지점에 떨어졌다.

이제는 퍼팅 싸움. 데이비스의 칩샷은 홀을 따라 정확히 굴렀으나 홀 문턱에서 멈춰섰다. 박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두번째 차례인 웹의 내리막 퍼팅은 어려웠다. 공은 역시 홀을 살짝 비켜나갔다.

마지막 차례는 박세리. 넣으면 우승이고 못넣으면 재연장이 될 판. 그러나 연장전에서 져본 적이 없는 박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힘을 빼고 툭 친 공은 정확히 홀에 빨려들었다. 우승을 확정짓는 짜릿한 버디 퍼팅이었다.

라운드 초반 드라이버샷이 전날에 이어 계속 불안했던 박은 1번홀과 5번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보기를 범하며 한때 4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박은 점차 샷이 안정을 찾으며 7.9.10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데이비스에게 1타차로 따라붙은 뒤 파5인 15번홀에서 2온에 성공하며 버디를 추가, 다시 공동선두에 나섰다.

이날 박세리.캐리 웹.로라 데이비스가 펼친 막판 순위 경쟁과 연장승부는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로 골프팬들을 시종 숨막히게 했다.

성백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