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TO 가입] 미국 협상주역 바셰프스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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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을 벼랑 끝에 몰아 WTO 가입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시킨 미국의 샬린 바셰프스키 USTR 대표의 별명은 '리무진 탱크' .단정한 스커트 차림으로 우아하게 협상테이블에 나오지만 막상 협상에 들어가면 상대를 사정없이 몰아세우는 탱크와 같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과 철강.판유리.자동차 부문의 통상협상. 바셰프스키는 뻗대기로 나오는 일본 통산상을 노려보면서 탁자를 '꽝' 두들기며 험악한 말을 거침없이 쏘아댔다. 기가 질린 일본측은 꽁무니를 뺐다.

이번 협상에서도 바셰프스키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협상시한을 거듭 연장하면서 중국을 몰아붙였다.

유럽과 심지어 일본까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 중국을 WTO에 가입시켜주자" 고 했지만 바셰프스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쩌민(江澤民)주석과 주룽지 총리에게 "우리는 더이상 양보할 카드가 없다" 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바셰프스키가 떠맡은 악역(惡役)은 당분간 미국의 무역적자가 극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끔 변신도 한다. 지난 5월 별다른 현안 없이 일본을 방문한 그녀는 발톱을 감춘 채 "미국인은 일본 국민에게 정말 친근감을 갖고 있다" 며 미소작전을 펼쳐 일본을 감격시키기도 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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