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도 이전의 미끼와 볼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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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어제 발표한 '신(新)수도권 발전 및 혁신도시 건설 방안'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을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면서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혁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유지돼 왔던 수도권 규제를 국가경쟁력을 위해 풀겠다는 등 평가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계획이 수도 이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수도 이전과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계획은 수도 이전과 관계없이 추진될 수 있고, 추진돼야 할 일이라고 본다.

정부는 수도 이전 없이는 수도권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수도 이전 작업의 단계에 맞춰 수도권 규제도 풀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수도 이전으로 서울 인구가 50만명 줄어들면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 수 있고, 현재 상태에서는 규제를 풀 방법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수도권의 경쟁력은 인구 50만명의 감소 여하에 따라 좌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 발전을 위한 혁신도시 건설도 수도 이전과 연계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수도 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왜 모든 계획을 수도 이전에 꿰맞추려 하는가. 행정부가 지방으로 가지 않으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수도 이전을 하지 않아도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및 지역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다.

수도 이전은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본란은 여러 차례 지적했다. 수도 이전과 수도권 규제를 푸는 문제는 별개의 것이다. 수도권 규제를 푸는 것은 그것대로 필요해서지 수도 이전이 전제될 이유가 없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수도 이전의 '미끼'로 내놓거나, 국토 균형발전을 수도 이전의 '볼모'로 잡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수도권 경쟁력 강화와 국토 균형발전은 수도 이전과 별개로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