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1700안타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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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의 양준혁(35.사진)은 자신이 쓰는 배트를 직접 산다. '타격의 달인'으로 불리는 만큼 마음만 먹으면 협찬으로 '공짜 방망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협찬을 받지 않는다. "예전에 협찬을 받은 적이 있는데 불량품이 많아 고생했다"는 이유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쓰는 배트는 보통 10만원 이상이며 비싼 것은 20만원도 넘는다. 양준혁은 10만원대 미국산을 쓴다. 한 시즌에 필요한 개수는 대략 60개. 1년에 600만원 이상을 더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양준혁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는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야구만 잘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한다"고 말한다.

이런 고집 때문일까. 양준혁에겐 세월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지난 시즌 양준혁은 타율 0.329에 92타점을 기록했다. 어느새 종반에 이른 이번 시즌에도 8월 30일 현재 타율 0.332를 기록 중이다. 타점도 94타점으로 이미 지난해를 뛰어 넘었다. 24개의 홈런으로 홈런 부문 4위에다 안타도 132개로 4위, 장타율(0.584)은 3위에 올라 있다. 볼넷(68개)도 3위다. 타격 부문에서 좋은 기록들에선 거의 5위 안에 들었다.

양준혁은 또 하나의 놀라운 기록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개인 통산 1700안타. 지난달 29일 SK전에서 2루타를 쳐 통산 1699개를 기록했고, 31일 한화전에서 8회까지 안타를 못 친 상태다.

1700안타의 '경지'를 먼저 밟은 선수가 있기는 하다. 바로 장종훈(한화). 그러나 그는 17시즌째에야 1700안타를 쳤다.

양준혁은 올해가 프로데뷔 12년째. 기록을 무려 5시즌이나 앞당긴 것이다. 경기 수에서도 장종훈은 1812경기 만에 1700안타 고지에 올랐지만, 양준혁은 1477경기 만에 대기록 코앞에까지 왔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것도 양준혁의 매력 포인트다. 그는 지난달 26일 마산 롯데전에서 기습번트로 출루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도루로 2루까지 밟았다. 의외라는 주변의 반응에 양준혁은 "방망이가 안 맞는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뭐라도 해서 팀에 기여해야 한다"며 "개인성적이 좀 나빠도 팀이 이기면 기분은 최고"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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