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삭제방식 의문점] 왜 통째로 바꿨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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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언론장악 문건' 을 작성한 문일현씨의 노트북 컴퓨터에는 문제의 문건이 없었다. 文씨는 검찰에서 "11월 2일 베이징(北京)대학 부근 컴퓨터 전문점에 들러 원래의 8백10Mb(메가바이트) 하드디스크를 2.1Gb(기가바이트) 새 하드 디스크로 교체했다" 고 진술했다.

실제로 文씨의 노트북 컴퓨터는 하드 디스크가 통째로 바뀌어 있었으며 문건을 작성할 때 사용됐다는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인 훈민정음 프로그램도 지급 당시 설치돼 있던 5.0버전 대신 최근 출시된 7.0버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훈민정음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문건 등 특별한 파일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文씨가 96년부터 98년 휴직할 때까지 작성한 5백30여건의 기사 파일만 수록돼 있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기사 파일 작성 프로그램을 개발한 중앙일보의 협조를 받아 文씨가 작성한 파일내용을 일일이 복구해 내용을 확인했으나 문건 관련 파일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노트북 컴퓨터 자판 가운데 파일 내용 등을 지울 때 사용하는 삭제키(Delete)가 거꾸로 꽂혀 있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갈아 끼우면서 '대청소' 를 한 흔적도 발견됐다.

이같은 정황에 비춰 보면 文씨는 정형근 의원의 문건 국회 폭로 시점인 10월 25일을 전후해 문제가 있는 파일들을 일일이 삭제하거나 하드 디스크를 포맷하는 대신 새 하드 디스크로 갈아 끼우는 손쉬운 방법으로 문제의 소지를 일소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文씨의 노트북 컴퓨터 조사 결과 원래의 하드 디스크에 담겨 있던 파일들을 손쉽게 저장할 수 있는 외장형 저장장치들을 연결해 사용한 흔적을 발견, 文씨가 다른 곳에 원래의 파일들을 옮겨 놓았을 가능성을 좇고 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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