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 뒷면에는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여순사건 여수유족회가 여순사건 61주기인 19일 여수 만성리 마래터널 입구에 희생자 위령비를 세웠으나 용어를 둘러싼 대립으로 비문이 없는 반쪽 비석이 되고 말았다.

위령비는 앞면에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라는 비명이 있고 뒷면에는 말줄임표 ‘......’만 새겨졌다.

유족회가 당초 만든 비문 중 ‘무고하게 학살된 비극적 사건’이라는 문구 중 ‘학살’에 대해 여수시가 ‘희생’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자 유족회가 아예 비문을 새기지 않았다.

여수시는 “여순사건의 진실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살’이라는 표현은 입장이 다른 또 다른 유족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천우 여순사건 유족회장은 “ ‘희생’은 자발적인 것을 의미한다”며 “여순사건 희생자들은 타인에 의해 무고하게 처형됐는데 희생으로 표현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가 4·3사건 진압을 위해 제주도로 출동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거부한 채 장교 등을 살해하고 양민 학살로까지 비화한 사건이다.

한편 순천에서는 순천유족회 등이 20일 팔마체육관 여순사건위령탑 앞에서 국방부 관계자 등도 참석한 가운데 합동위령제와 고유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가 여순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700만원을 지원했다. 보조금 지원은 1월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를 거쳐 순천지역 민간 희생자 439명의 명단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해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