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백신 접종 만전 기해 신종 플루 고비 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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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수은주가 뚝 떨어지며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가 전 세계적으로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국내에서만 1만여 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초·중·고교에서 집단 발병한 경우가 346건이나 됐다. 자칫하다간 그간 그럭저럭 잘 제어해온 신종 플루의 고삐가 속절없이 풀려버릴지 모를 위기 국면이다.

그나마 국산 백신의 개발 및 임상시험이 조속히 마무리돼 다음주부터 접종을 시작하게 된 건 천만다행한 일이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대로 의료진 및 방역요원 등을 1순위로 접종한 뒤 각급 학교 학생, 영유아 및 임신부, 노인 및 만성질환자와 군인의 순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감염 위험성과 전염 차단 효과가 큰 순서대로 순차 접종할 경우 신종 플루의 기세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백신 접종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부작용을 막는 데 보건 당국과 국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최근 계절독감 백신 접종 후 노인들이 잇따라 사망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주사를 맞기 위해 추운 날씨에 몇 시간씩 기다리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따라서 신종 플루 백신 때는 대기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접종 후 이상 발생 여부를 면밀히 살피는 등 안전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정부가 정한 백신 접종 순서를 지키는 시민의식도 절실하다. 국산 백신 외에 향후 해외 생산 물량까지 예상대로 수입되면 국민 모두가 맞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차례만 좀 기다리면 될 일인데 신종 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의 부당 처방 사례처럼 새치기가 횡행해선 곤란하다.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 등 논란이 있는 경우는 사회적 합의 하에 순서를 앞당길 수 있겠으나 나머지는 정부 방침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개인 위생 수칙도 더욱 철저히 지킬 일이다. 신종 플루와 감기 증세가 잘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마스크를 써서 타인에 대한 감염을 최소화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유례없는 신종 플루 대유행의 고비를 큰 탈 없이 넘기자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