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숙천분교, 분교조치 갈등으로 파행수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학생들과 제대로 수업하고 싶어요. "

대구시 동구 숙천동에 위치한 송정초등학교 숙천분교 <약도 참조> 의 교사 7명은 2학기 들어 온전한 수업을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학부모들의 '분교 조치 반대' 움직임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데 대구시교육청은 "벌써 끝난 일" 이라며 뒷짐을 져 이 학교의 수업 재개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60여년의 역사를 지녔던 숙천초등학교는 소규모학교 통폐합 조치에 따라 2학기인 9월부터 인근 송정초등학교 숙천분교로 바뀌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단행한 분교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 며 그동안 한달 이상 등교를 거부하고 대구시교육청 앞 시위도 벌였었다.

◇ 학생들 청학동 집단 이동 사태 발생〓1일에는 전교생 88명 중 75명이 10명의 학부모들 인솔하에 청학동 골짜기로 집단 이동하는 일까지 벌어져 파문을 일으켰다.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경남 하동군 청학동 예절학교로 학생들을 이동시켜 며칠간 공부시키기로 했다는 것.

학부모 노경남씨(40.대구 동구 대림동)는 3일 "대구시교육청이 약속을 어기고 2학기부터 숙천초등학교를 분교로 만들어 버린 처사를 결코 받아 들일 수 없어 청학동 예절교육을 받기로 했다" 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1일부터 등교거부를 결정, 2박3일 예정으로 학생들을 이동시켰다는 것. 청학동 현장의 노씨는 "무슨 까닭인지 예절학교에서조차 정식 입소가 안돼 학생들의 고생이 심한 만큼 3일 저녁 일단 귀가해 등교거부를 계속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 교육청 입장〓대구시교육청 이재래 학교운영지원과장은 "이미 분교 조치가 끝나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 이라고 밝혔다. 동부교육청은 관계자들이 모두 출장중이어서 설명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 쟁점〓학부모들은 교육청이 학생수 1백명을 채우면 분교조치를 않겠다고 약속해 인근 학생 10여명을 어렵사리 유치, 1백명을 넘겼는데도 이를 인정 않고 일방적으로 분교화 했다고 비판한다.

또 숙천초등학교가 지역의 유일한 공공건물로 동네의 상징이었는데 이마저 없애려들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분교로 되면 2~3년 안에 폐교된다는 주민들의 불안 심리가 사태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학부모들과 일부 동창생들은 이번 분교 조치가 지역민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분교 조치철회' 를 요구하고 있다. 사태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교육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성태원.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