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장악 문건' 원본 어디 있나] 이기자 번복 아리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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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도준 평화방송 기자가 이종찬 부총재 사무실에서 입수했다는 '언론장악 문건' 원본(原本)의 행방은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핵심 열쇠중 하나. 베이징(北京)에서 중앙일보를 휴직한 문일현씨가 보낸 원본을 李부총재측이 보유하고 있었는지가 문건에 담긴 '언론 길들이기' 내용의 구체적 실천 의혹을 규명해 줄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이도준 기자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李부총재 사무실에서 복사한 뒤 원본은 놓아두고 왔다" 고 했다.

그는 "과거 통일원 출입기자시 보도를 위해 문건을 갖고 나와 담당자가 징계를 받았었다" 며 "그 이후에는 원본은 절대 갖고 나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고 덧붙였다.

李기자는 당시 발신처인 문건 상단의 팩스번호를 가린 채 7쪽의 문건을 복사했으며 文씨가 李부총재에게 보낸 사신(私信)도 없었다고 했었다.

그러던 李기자는 직후 검찰조사에서는 말을 바꿔 "사무실로 원본을 갖고 와 복사한 뒤 원본은 찢어버렸다" 고 '오락가락 '말을 바꾸고 있다.

한나라당측에서는 즉각 "이도준기자의 발언 번복은 李부총재측과 진술을 꿰맞추기 위한 것" (李沅炯 부대변인)이라며 "李기자가 이종찬 공작팀의 일환이라는 의심이 든다" 고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의 한 당직자는 "도대체 갖고 나온 원본은 찢어버리고 복사본을 갖고 있을 이유가 무엇이냐" 며 "李부총재에 쏠린 '언론탄압' 문건의 실천의혹을 차단해 주려는 허위진술" 이라고 지적했다.

이 당직자는 "이종찬 부총재측의 원본보유 여부와 재가공 처리를 통한 실천 가능성이 국정조사의 집중 추궁 대상이 될 것" 이라고도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文씨가 李부총재와 상의를 거쳐 보낸 문건과 사신을 李부총재가 보지 못했다고 해 설득력이 떨어진 게 사실" 이라며 "첫 해명이 석연치 않아 계속 꼬여가는 것 아니냐" 고 걱정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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